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전범기업 논란을 빚어 최근 사임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자신이 총괄책임자로 수탁받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 해당 회사를 참여시키고 선정 전 계획에 없던 수요기관에 선정하는 등 특혜ㆍ부정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부ㆍ미래부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백운규 후보자가 총괄책임자 및 참여연구원으로 수행한 국가 R&D과제 내역 및 각 과제 사업계획서, 최종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백운규 후보자가 한양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로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수탁해온 국가 R&D과제는 총 63건으로 과제에 투입된 정부출연금만 399억1562만 원에 달한다. 이는 연간 3.7건, 23억5000만 원의 과제를 수탁해 온 셈이다.
하지만 백 후보자는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일본 반도체ㆍ태양광 장비부품 업체인 티씨케이에 3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이 기업을 각종 국가 R&D 과제에 참여시켰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백 후보자는 2003년부터 3년간 6억7000만 원의 정부 자금을 받아 총괄책임자로 연구를 수행한 반도체 웨이퍼 연마용 슬러리 개발 국가R&D 과제를 통해 케이씨텍에 관련 기술을 이전했고, 이로 인해 케이씨텍은 연간 200억 상당의 물량을 국내 독점 공급하게 됐으며 후보자는 이 대가로 14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이후 백 후보자는 지난 17년간 케이씨텍과 지속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후보자가 발명가로 참여해 케이씨텍 명의의 반도체 슬러리 관련 37건의 특허를 출원해 왔다.
하지만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3억원을 들여 케이씨텍이 주관했던 20 나노미터 이하 반도체의 슬러리 개발 국가R&D 과제에 후보자가 연구자로 참여하는 중이었던 2014년 3월 케이씨텍의 자회사인 티씨케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과제에는 수요기업으로 삼성전자가 참여했고 해당 기술이 개발되면 케이씨텍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에 3년간 584억 원에 달하는 연마제를 공급할 수 있어 국내 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과제였다.
정 의원은 “해당과제의 연구자였던 후보자가 연구과제 주관기업 자회사의 사외이사로 취임해 과제 수행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다 이사 선임에 대가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3년간 정부자금 20억원을 들여 발전소용 고용량 리튬이차전지를 개발하는 국가R&D과제의 총괄책임자였던 백 후보자는 한전, LG화학과 함께 자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티씨케이를 과제에 참여시켰다.
이외에도 후보자는 2017년 4월부터 5년간 정부출연금 19억6000만 원을 들여 리튬 폐전지로부터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개발 과제에도 티씨케이를 수요기업으로 선정해 진행 중이다.
특히 과제 총괄책임자였던 후보자가 과제 선정 전 과제전문기관인 에너지기술평가원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는 전혀 없던 티씨케이를 이후 수요기업으로 추가시켜 티씨케이에 리튬회수율이 높은 음극소재 개발기술을 이전토록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정 의원은 “수십억원을 들이는 국가 R&D과제의 총괄책임자였던 후보자가 자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기업을 과제에 참여시키고, 또 편법으로 수혜 기업로 선정한 것은 공직을 수행해야 할 장관으로서 도덕성에서 심각한 흠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