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올 들어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주 절벽을 걱정했던 조선사들이 중국과 수주 실적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올 상반기 일제히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업의 특성상 올 상반기 실적은 2년 전 수주에 따른 것이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비용절감에 나선 결과도 실적 부문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지난해 수주절벽에 따른 매출절벽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여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韓조선 3사, 상반기 수주 中 이어 2위 = 14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은 28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79척)를 수주해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은 290만CGT(133척)를 수주해 1위에 올랐다. 3∼5위는 이탈리아 74만CGT(8척), 핀란드 67만CGT(4척), 일본 50만CGT(25척)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을 앞서며 5년 만에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중국이 다음날인 29일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4척(척당 선가 1억8700만달러 수준)을 대량 수주하면서 아쉽게 중국에 밀렸다.
다만 6월 한 달간 국가별 수주실적에서 한국은 3개월 만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어줬다.이 기간 한국은 49만CGT(14척)를 수주해 95만CGT(27척)를 기록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11만CGT(6척)로 뒤를 이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 7.1%까지 하락했던 국내 조선업체 수주점유율이 지난 4월 이후 47% 회복되는 등 돋보이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수주시장 추세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을 살펴봤을때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도 조선사들의 수주 행진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대우조선해양이 일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으로부터 31만8000톤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VLCC) 네 척을 수주한 것이다.
삼성중공업도 이달 3일 2724억 원 규모의 셔틀탱커 2척 공사를 수주하기로 싱가포르의 AET와 계약했다.
◇ 조선 3사, 2분기도 실적 '호조'… 하반기는 '우울' =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447억 원을 기록,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3082억 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4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영업이익은 274억 원을 기록 올 상반기 7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돼 있어 증권사들이 예상치를 내놓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전년 대비 적자규모가 축소될 것란 전망이다.
수주 호조에 이어 실적까지 양호하게 나오면서 조선업종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실적을 두고 조선사들이 본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한다.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수주한 계약들이 건조에 돌입하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수주절벽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내년 말까지는 매출절벽을 버텨내야한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이어진 수주가 국내 업체들의 이익으로 연결되기까지 1년반에서 2년의 매출절벽 구간을 견뎌내야한다"면서 "다만 조선업계까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며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