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디오테이프는 잊어라" 4차산업 변신 중인 SKC하이테크앤마케팅

입력 2017-07-16 17:27 수정 2017-07-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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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소재 생산…전기차 배터리ㆍ반도체 소재 등 미래 먹거리도 마련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직원이 생산 중인 제품의 두께와 투과율 등 물성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C하이테크앤마케팅)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직원이 생산 중인 제품의 두께와 투과율 등 물성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C하이테크앤마케팅)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보신 적 있나요? 비디오 자주 보신 분들은 SKC하이테크앤마케팅(SKC HTM)을 잘 아실 겁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던 시대는 끝났지만, 이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고 존경받는 필름·소재 가공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비디오 테이프 생산업체로 익숙한 SKC HTM의 충남 천안공장을 13일 찾았다. 지난 1979년 출범한 이 회사는 비디오 테이프, 광기록 매체를 주력으로 하던 ‘1기 사업체제’에 이어 디스플레이 소재, 기능성 필름 등을 생산하는 ‘2기 체제’로 변신을 완료했다. 이에 총 5만7000평의 공장 부지에 들어선 30동의 공장 건물에선 500여 명의 임직원들이 TV나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소재, 기능성 필름, 밀베이스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SKC HTM은 올해부터 ‘3기 체제’에 돌입한다. 이달 1일에는 지난 2007년부터 이어온 미국 종합화학업체 롬앤하스(다우케미칼 자회사)와의 합작 관계를 끝내고 SKC가 지분을 전량 확보하면서 ‘SKC하스’에서 SKC HTM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라 첨단 필름을 고도의 기술로 가공해 IT·디스플레이 관련 융·복합 제품은 물론 전기자동차·반도체용 가공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민재 마케팅팀 팀장은 “OLED 소재, 반도체 소재, 전기차 배터리 기초물질 등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신사업을 통해 오는 2021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점유율 1위 ‘비산방지필름’ = 2300평 규모의 비산방지필름 라인에 들어서자 크고 작은 롤 사이로 필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산방지필름은 폴리에스터 필름에 UV 코팅액을 바른 뒤 용제를 휘발시키고, UV콘트롤에서 일정한 규격으로 UV레진을 코팅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 공장은 연간 8000만㎡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이 필름은 디스플레이가 파손됐을 때 파편이 튀지 않게 잡아주는 역활을 하며, SKC HTM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64%를 확보하고 있다.

고영석 SKC HTM 기능필름생산팀장은 “코팅액을 바를 때 박막 콘트롤 하는 부분, 무진 관리하는 기술, 복합필름 기술이 핵심”이라며 “SKC HTM은 필름에 직접 인쇄를 해서 원하는 색상을 쉽게 도출할 뿐만 아니라 공정이 단순해져 원가를 줄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선 거의 독점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스마트폰 회사는 물론 글로벌 회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영석 기능필름생산팀장이 기능필름 생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C하이테크앤마케팅)
▲고영석 기능필름생산팀장이 기능필름 생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SKC하이테크앤마케팅)

눈에 띄었던 것은 비산방지필름 라인 이곳저곳에 자리잡은 카메라였다. 약 120m 길이의 라인에 총 10대의 카메라가 제품의 디펙트(defectㆍ결함)를 찾아내고 있었으며, 직원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고 팀장은 “필름 디펙트나 공정상 디펙트를 카메라가 찍어내고, 화상으로 저장하고 입력해서, 오퍼레이터에게 알려준다”면서 “설치된 카메라들은 50마이크론(0.05㎜) 크기의 디펙트를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脫디스플레이’ 외친 SKC HTM = 비산방지필름 라인을 둘러본 뒤 ERM(Extrusion Roll Molding)라인을 살펴봤다. 그러나 이날 ERM 설비는 휴지기에 들어가 가동이 멈춘 상태였다.

본래 이곳에선 LCD TV의 백라이트 유닛에 들어가는 필름 중 프리즘과 도광판을 만들 수 있다. 레진 소재를 녹여 익스트루더를 통해 뺀 뒤 패턴롤 사이에서 압출해서 패턴을 만드는데, 패턴과 레진에 따라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백라이트 소재 대신 이 생산라인에선 SKC HTM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알루미늄 파우치’를 볼 수 있었다. 알루미늄 파우치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커버다. 송동욱 ERM 기술팀 과장은 “최근에는 탈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해 알루미늄 파우치 제품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필름 베이스로 해왔는데 사명을 과감하게 바꾸면서 필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C HTM이 준비하고 있는 알루미늄 파우치는 기존 제품보다 공정을 단순화시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배터리를 분해하면 나오는 은박지가 바로 파우치다. 기존 커버는 구조가 PP, 알루미늄 호일, 나일론, PET를 올리는 구조로, 이를 각각 만들어 코팅해서 붙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SKC HTM은 PET나 PP를 녹인 뒤 알루미늄 호일에 압출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가공할 수 있다.

현재 이 시장은 일본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고 있지만, 워낙 일본 업체들의 장벽이 높아 장난감이나 드론에 들어가는 배터리나 건전지 등에 적용하는 등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송 과장은 “경쟁업체에선 각각의 원료를 사서 붙이는 공정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금속에 필름을 압출해 붙이는 최첨단 공정기술을 시도하고 있다”며 “하나의 공정에서 끝나기 때문에 단가가 인하되고 불량률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증기간이 3년 걸리는데 샘플을 보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2020년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미래를 타깃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C HTM은 전기차 배터리 알루미늄 파우치 외에도 OLED·반도체 소재 등도 미래 먹거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민재 팀장은 “OLED에 들어가는 공정 소재를 고객사와 같이 개발하고 있고 세라믹 콘덴서, 웨이퍼 보호 필름 등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는 소재, 4차 산업을 하기 위해 배터리 쪽에서 여러가지를 개발하고 있다”며 “2014년 한계사업을 정리하며 턴어라운드한 데 이어, 신규 성장동력을 개발해서 2021년 재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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