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기의 도래로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컴퓨터에 내장되는 반도체의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업체들도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569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766억 달러로 34%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세계 1·2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경쟁업체들에 뒤쳐져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의 TSMC로 점유율은 50.6%에 달한다. 2위는 미국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9.6%), 3위는 대만의 UMC(8.1%), 4위는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7.9%), 5위는 중국의 SMIC(4.9%)다.
국내 업체들이 투자를 늘리며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 강화하자 글로벌 업체들도 시장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지난달 초 세계 제2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조업체인 미디어텍으로부터 7나노미터 공정의 칩 위탁 생산업체로 선정됐다. 앞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AP 생산업체인 미국 퀄컴도 차세대 7나노 스냅드래곤 AP 생산을 TSMC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업체들은 중국 지역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대만 UMC의 중국 자회사인 유나이티드 세미컨덕터는 최근 28나노 칩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UMC는 대만 경제부 투자위원회 승인을 받고 올해 초 28나노 공정 기술을 중국 자회사로 이전했다. TSMC도 중국 현지 공장을 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자국 반도체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과학기술장관이 반도체산업에 4년간 1억31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2014년 글로벌 파운드리 상위 50개 기업 중 대만이 16개, 중국이 9개를 차지했다. 2009년 기준 중국 업체는 상위 50개 기업 중 단 한 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IC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SMIC는 2016년 설비 투자 비용을 전년 대비 87%나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액 비율은 상위 11개사 중 가장 높았다. 2016년 SMIC의 공장 가동률은 95% 이상이었다. SMIC는 올해부터 28나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을 본격 운용한다. 또한 내년부터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상하이에 별도의 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SMIC는 보급형 기술인 28나노 제품을 위주로 생산했지만, 주력을 14나노로 끌어올릴 경우 고성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