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이른바 ‘일코노미’(1인 가구+이코노미)가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키워드로 꼽혔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다 5월부터 찾아온 때이른 더위로 날씨 관련 상품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가 하면 혼자 밥먹는 ‘혼밥족’, 혼자 술 마시는 ‘혼술족’ 등 1인 가구의 증가로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세먼지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2배 이상 증가했다.
SK플래닛 11번가에서는 올 1∼6월 공기청정기 판매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4% 늘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했던 3∼5월만 놓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나 급증했다.
오픈마켓 G마켓 역시 상반기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 증가했으며, 공기청정기 렌탈의 경우 625% 폭증했다.
5월부터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11번가에서 상반기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5%, G마켓에서 벽걸이 에어컨 판매는 144% 각각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즉석요리나 가공식품, 수입맥주 등의 매출도 늘었다.
롯데마트에서 올 상반기 즉석요리 매출은 작년 대비 16.1% 늘었으며 가공식품의 경우 전자레인지에 데워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냉동 피자·찐빵 매출이 36.2% 증가했다.
회식이 아니라 퇴근 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음주문화 확산으로 인해 수입 맥주 매출은 51.8% 증가했다. 반면 소주(-0.6%), 양주(-10.9%), 와인(-5.0%) 등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은 주류 매출은 일제히 감소했다.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펫 용품 매출도 증가했다. G마켓에서 올 상반기 고양이 습식 사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0% 늘었으며 고양이 간식(42%)과 고양이 집·방석(46%)도 40% 이상 판매율이 늘었다.
올 상반기 ‘국민 과일’ 자리도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사과 대신 바나나가 꿰찼다.
과거 고급과일의 대명사였던 바나나가 이제는 국산 과일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데다 1~2인 가구 증가로 간단히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식사대용으로 사랑받으면서 과일 매출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바나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376억원을 기록, 331억원에 그친 사과를 제쳤다. 지난해 상반기 395억원이었던 사과 매출은 1년 새 16.2%나 감소했다. 바나나가 반기 기준으로 이마트에서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표 이마트 수입과일 바이어는 "바나나는 가격도 저렴하고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식사 대용으로도 인기가 높다"며 "바나나가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처음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