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보기에 전적으로 가해자의 과실일 것 같은데, 나오는 사례들마다 보험회사는 ‘100대 0’ 사고는 없다며 조금이라도 과실비율을 적용한다. 과실이 있어야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줄일 수도 있고, 또 자기 회사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게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사고가 한 건이라도 있으면 과실과 상관없이 보험료도 할증할 수 있다.
그럼 보험회사가 주장하는 과실비율은 정확할까? 현재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각 보험회사는 금융감독원이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만든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우선 적용하고, 과실비율에 대해 상호 이견이 있으면 2007년부터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자동차보험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를 통해 해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으로만 표현된 과실도표는 실제 사고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정형화된 과실도표와 수정 요소는 결국 거의 모든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과실이 있다는 보험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뿐 교통사고 처리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여 주지도 못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무조건 과실을 적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무리하게 과실을 적용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인 비용도 야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전적인 책임을 부과하되, 피해자는 중과실(重過失) 이상만 일정비율의 과실을 적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가해자가 모든 책임을 지면 조금 더 양보운전을 하게 되며, 피해자는 합리적인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덤으로 도로에서 차도 빼지 않은 채 싸우는 모습도 줄어들 것이며, 이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는 보험회사의 비용도 줄어들어 결국 모든 보험가입자의 보험료가 조금이라도 낮아지지 않을까?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과실상계(過失相計) 제도는 이제 바꿀 때가 됐다고 보여진다.
(본 기고문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한국소비자원의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