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서부 노스켄싱턴에 있는 24층짜리 건물에 14일(현지시간) 새벽 큰불이 나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란단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12시54분께 24층 고층 아파트인 그렌펠타워 화재가 발생, 빠른 속도로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 건물 2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번져 화재가 발생한 지 4시간 만인 5시께 아파트 전체가 전소됐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는 도움을 요청하는 절규의 목소리와 함께 입주자들이 불을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침대 시트로 밧줄을 만들어 대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화염에 휩싸인 아파트를 빠져나온 주민들은 “생지옥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목격자 발언을 인용해 16층이나 17층에서 사람이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대피가 어렵다고 판단한 부모들이 아기와 어린이들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 건물 밖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 구조하길 바라는 절박한 마음에서였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차 40여 대, 구급차 20여 대, 200여 명의 소방대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아파트 내 주변 도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과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12명이 사망하고 74명이 다쳤다. 이 중 18명 정도가 위독한데다 아파트 입주민 상당수가 미처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명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사고 아파트는 1974년에 지어져 120여 가구 최대 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거주민 상당수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계 이주민 등 저소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가 노후화된데다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던 탓에 건물 붕괴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테러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아파트 주민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해 건물 보수 당시 싸구려 자재를 이용했으며 건물 자체에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주민은 싸구려 건물 자재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퍼졌지만, 그 사이 화재경보조차도 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