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영국 경제도 같이 신음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지난 8일 시행된 영국 조기 총선 결과 집권당인 보수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영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한 층 짙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국민은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신용카드회사 비자는 지난달 영국 소비지출이 201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영국 소비지출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 영국 소비지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0.8% 감소했다.
영국 기업인 연합회인 관리자협회에 따르면 영국 기업 경영진 중 90%는 이번 총선 결과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했다. 앞으로 12개월간 영국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0%에 그쳤고, 57%는 비관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관리자협회의 스티븐 마틴 소장은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영자들에게 미친 충격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못하면 경제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를 기록하며 여타 주요 7개국(G7) 국가들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1~3월) GDP 성장률은 G7 국가와 유럽연합(EU) 국가들 사이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영국의 GDP 성장률은 0.2%, EU 전체는 0.6%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모두 0.4%를 기록했고, 독일과 스페인은 각각 0.6%, 0.8%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진행되면서 영국 경제가 받을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분리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했다. 총선 결과 하드 브렉시트 노선이 수정될 수 있으나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영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브렉시트 협상 결과 자유롭게 사람과 상품이 이동할 수 없다면 영국에서 새 항공기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의 파브리스 브레지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브렉시트 협상 뒤에도 전 세계 에어버스 직원이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어야 한다”며 “영국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운드 가치는 영국 총선 이후 올해 유로화 대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3일 오전 2시 25분 기준으로 유로·파운드 환율은 0.8827파운드에 거래되고 있다. 파운드 가치 하락과 더불어 국가 신용등급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사가 무디스는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고 12일 밝혔다. 현재 무디스 평가한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