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삼구와 우선매수권, 그리고 산업은행

입력 2017-06-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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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산업1부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KDB산업은행이 ‘좋아했던’ 재벌 오너이다. 박 회장 특유의 사교적이고 원만한 성품도 한몫했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그가 ‘주주 손실 분담의 원칙’을 앞장서 지켰던 유일한 오너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정상화를 돕는 역할을 맡아온 국책은행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상선(현정은 전 회장), 한진해운(조양호 회장), 동부(김준기 회장), STX그룹(강덕수 전 회장) 등 굴지의 기업이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2010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사재 출연, 감자 등 주주의 책임을 다했다. 박 회장이 담보로 선산 땅 문서까지 가져와 ‘회사가 정상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대부분의 오너는 산업은행이 조건 없이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박 회장은 달랐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에서는 최근까지 ‘오너의 좋은 예’, ‘존경하는 오너’로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그런 박 회장과 산업은행의 사이가 틀어졌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각을 세우고 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뒤 ‘상표권’을 문제삼으며 매각을 끝까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태도를 이해하면서도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지금 ‘금호타이어 되찾기’보다 급한 문제가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얼마 전부터 우선매수권 옵션에 대해 신중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산업은행은 재벌 오너에게 경영을 위임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경우 다시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오너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경우 우선매수권이 경영 정상화를 막는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따끔한 충언(忠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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