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새 정부에 대한 입주 기업들의 기대가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밝혀온 대북 정책 기조는 지난 1년간 국회에서, 거리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투쟁하며 지칠 대로 지친 기업들에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신 회장은 4월 정기섭 전임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아 7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전국의 입주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직접 실태 조사에 나섰다. 각 기업 대표들을 면담할 때마다 세세한 질문이 담긴 설문지도 돌렸다. 그는 “현재 124개 기업 중 80여 곳에 대한 실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통일부와 방북을 위한 첫 협의가 이뤄진 후 꾸준히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통일부와 상시 회의를 갖고 방북 시기와 방법 등을 의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는 이달 내 방북을 추진하는 것이다. 기업당 1~2인, 총 200여 명 규모의 방북단을 계획할 것”이라고 추진력을 비치면서도 “요즘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있어 여론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인 만큼 방북을 너무 강하게 추진하면 호의적인 여론이 돌아설 수도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입주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이 나온 것과 관련해 “지원과 재가동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 목표냐”고 묻자 그는 “개성공단 재개는 우리 모두의 목적이고 한국 경제의 활로”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산적해 있다. 또 새 정부는 전향적이지만 국제 정세는 좋지 않다”고 짚으면서 “재개를 전제로 하고, 확인한 피해액 중 미지급금을 조속히 지급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과 실제 지급한 금액의 차이는 약 3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는 기업들이 응당 받아야 할 최소한의 지원을 받지 못함으로써 재활 가능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회장은 피해 지원금 지급과 재가동 후 입주 가능성이 상충하는 면이 있음을 인정했다. 지급된 경협보험금은 공단에 재입주하게 되면 기업들이 다시 내놔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입주 기업의 과반수 이상은 공단이 폐쇄되면서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금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등 국내외에서 설비 투자를 진행한 상태다. 그는 “경협보험금 반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기 분할 상환 등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단 해외 설비투자를 진행한 기업만이 아니다.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40여 개사의 재입주 가능성도 밝지만은 않다. 그는 “상황이 어렵지만 이들 중 10여 군데는 정부 지원과 제반 여건이 마련된다면 빚이라도 얻어 꼭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다시 새로운 남북경협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입주 초반부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뚫고 온 기업가다운 말이었다.
“정부는 기업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됩니다.” 그의 당부는 절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