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의해 축출됐던 파나마의 전 독재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가 8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고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노리에가의 사망 소식을 트위터로 전했다. 그는 “노리에가의 죽음으로 우리 역사의 한 장이 끝났다”며 “그의 딸과 가족들은 그를 평화롭게 매장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노리에가는 전날 오후 11시께 파나마시티의 산토토마스 병원에서 숨졌다. 그는 지난 3월 7일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나서 합병증을 앓아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왔다. 그의 딸은 당시 기자들에게 아버지가 수술 후 뇌출혈이 생겼다고 전했다.
지난 1983년 군 최고사령관에 올라 사실상의 파나마 지도자가 된 노리에가는 반미 성향의 독재자로 변모했다. 칼을 휘두르면서 도전적인 연설을 하고 마약을 밀매해 얻은 돈으로 호화 저택에 살면서 파티를 즐기고 옛날 총기를 수집하는 등 전형적인 독재자의 삶을 살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정권을 잡기 전 미국에 협력적이었으나 이후 돌변해 미국의 기밀을 적대국에 팔아넘기는가 하면 마약 카르텔의 일부분이 됐다.
미국도 그의 이런 면모를 알고 있었지만 중미의 불안한 정치상황 속에 좌파가 정권을 잡는 것을 경계해 노리에가가 권좌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노리에가가 공공연하게 파나마 운하 소유권을 주장하고 1985년 마약 밀매를 강력히 비판하던 휴고 스파다포라 박사를 고문하고 참수형에 처하면서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게 됐다.
결국 미군이 1989년 12월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23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파나마 측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포함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노리에가는 1990년 1월 3일 항복하고 나서 죽기 직전까지 미국과 프랑스, 파나마를 거치면서 오랜 감옥 생활을 했다. 그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마약 거래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20년간 복역하고 나서 다시 프랑스에서 마약 카르텔 자금 세탁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2년간 수감됐다가 2011년 12월 파나마로 추방됐다. 그러나 파나마에서도 올해 1월 뇌종양으로 가택연금 처분을 받기 전까지 계속 교도소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