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로저 무어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무어의 가족은 이날 트위터에 “고인이 짧은 암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며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아버지인 로저 무어 경이 사망했다는 무거운 소식을 전하게 됐다. 우리 모두 슬프다”라고 밝혔다.
무어는 숀 코네리, 조지 라젠비의 뒤를 이어 45세에 3대 제임스 본드에 올랐다. 그는 1973년 ‘007 죽느냐 사느냐’로 본드 역할 첫선을 보이고 나서 1985년 ‘뷰 투 어 킬’에 이르기까지 12년간 7편의 본드 시리즈 출연해 역대 최다 제임스 본드로 이름을 남겼다. 이에 무어는 숀 코네리와 더불어 007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됐다. 유머러스한 바람둥이로서 본드의 캐릭터를 확립했던 것도 무어였다.
그만큼 제임스 본드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졌다. 그는 2014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본드라고 하는 영원한 존재는 단점이 없다”며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본드라고 부른다. 나는 전혀 이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어는 생전에 유니세프 대사로 활동하는 등 인도주의적 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영원한 본드’ 로저 무어의 사망에 후배 배우들이 추모의 글을 남겼다. 러셀 크로우는 “로저 무어, 그를 사랑했다”는 짧은 트윗을 남겼다. 마이클 케인은 “정말로 슬프다. 그에 대해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로저는 완벽한 신사였으며 모든 친구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