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출 면세점까지 ‘사드 불똥’… 롯데 도쿄 긴자점 가보니

입력 2017-04-26 10:27 수정 2017-04-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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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달간 매장 찾은 中 단체관광객 한 팀도 없었어요”

“한 여직원이 울면서 퇴사했습니다. 중국에 사는 부친으로부터 ‘롯데 면세점을 그만두라’는 전화를 받고 말이지요.”(일본 롯데면세점 긴자점 직원)

최근 일본 롯데면세점 긴자점의 얘기다. 중국 당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성 제재로 ‘반 롯데’ 정서가 일파만파 퍼져온 가운데, 일본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롯데면세점 긴자점이 입점한 ‘도큐 플라자’ 빌딩은 도쿄 긴자 금싸라기땅 복판이자, 긴자역과도 지하로 연결된 한큐백화점을 리뉴얼한 럭셔리 쇼핑공간이다. 지난 4월 16일 오후 2시께 방문한 롯데면세점 긴자점 8, 9층에는 정갈하고 화사한 인테리어가 무색하게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만이 맴돌았다. 같은 시각 붐비는 F&B 공간을 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가 층을 지나치며 눈길을 돌리는 현지 고객이나 동남아 고객 몇 팀이 이따금 SK-2 코너 등에 모여 있을 뿐이었다.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간사이공항점에 이어 지난해 3월 오픈한 이래, 같은 해 12월부터 매출 상승곡선을 이뤘다. 일본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2월 매출액이 오픈 이래 최고점을 기록했으며, (사드 배치 확정 전인) 3월 10일까지 호조세였다”면서도 “물론 오픈 당시보다는 최근 매출실적은 상승세이나, 사드 이슈가 터지기 전 예상 목표액 대비 30~40%가량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의 ‘반 롯데’ 정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다. 현지 업계에서는 기존의 거래선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와 달리, 중국 인바운드 고객을 유치하는 일본 현지 여행사나 한국을 거쳐 일본 패키지 상품을 송객하는 한국 여행사 일본 현지사무소에서도 세계 4위의 면세점 브랜드 ‘롯데’를 치켜세우던 분위기는 이제 역전됐다. 사드 이후, 중국 당국 지시 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일 중국 관관객들은 ‘롯데’라는 브랜드를 꺼리기 일쑤였다. 중국 관광객들은 도리어 인근 중국 브랜드 면세점으로 대체 유입됐다.

그러나, 일본 내 중국 브랜드 면세점은 상품력이 낮고 가격 대비 제품 만족도가 낮은 현지 제품이 많아, 방문객의 재방문 선호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와 비교해 입점 브랜드력과 구매 방식에서 신뢰를 쌓아온 롯데면세점을 여전히 선호하는 예외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4월에 접어든 최근에는 상황이 근소하게나마 나아졌다.

현지 관계자는 “3월 한 달간 매장을 방문하는 중국 단체팀이 한곳도 없었다”면서도 “반면 4월 들어 기존의 거래선을 통해 예외적으로 사드에 따른 반 롯데 정서가 비교적 적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루에 1~2단체가량 방문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사드 직격탄이 클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객단가가 큰, 이른바 ‘큰손’ 중국 관광객에 대한 매출 비중이 약 40% 가까이 컸기 때문이다. 2014년 일본의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기도 했던 ‘바쿠가이’, 즉 중국 싹쓸이 쇼핑객 열풍도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사그라진 뒤다.

이성철 롯데면세점 긴자점 팀장은 “3월이 제일 심각한 시기였다. 기존에는 단체 고객의 매출 비중이 30~40%였는데 반해, 최근에는 1%까지 줄어들었다. 전과 달리, 직원 아침조회 때 방문객 집중타임 등을 공유해 줄만 한 사항이 없어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저점을 기록한 3월을 지나 4월에 접어들며, 상황은 약소하게나마 긍정적인 신호를 엿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비슷한 시기 일본 내 유력 유통 기업인 미츠코시가 긴자점 8층에 일본 최초의 공항형 시내면세점을 개점하는 등 일본에서도 시내면세점 업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인식 개선에 대한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를 엿보이듯, 현재 긴자점 점포 앞에는 ‘일본인도 이용 가능’, ‘일본인은 출국 30일 전‘이란 안내 문구가 눈에 띈다. 이는 이 점장이 일본인 쇼핑객들이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마련한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30대 일본인 여성은 “일본 국내 시내면세점 구매 경험이 없다. 상품 가짓수가 적고 할인 폭도 크지 않아 메리트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30대 일본인 여성 쇼핑객은 “롯데면세점은 매장 수가 적고 할인 폭도 크지 않다고 느낀다. 취급 브랜드의 다양화와 한국 시내면세점과 같은 멤버십제도로 할인 폭을 확대하면 좋을 것”이라며 “(롯데면세점) 오픈 당시 많은 뉴스를 방송을 통해 접했으나 최근에는 시내면세점에 관한 뉴스를 방송매체에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5월 중 일본 골든위크도 다가오기 때문에 아웃바운드 일본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글로벌 3위 면세기업에 대한 타이틀과 신뢰로 파트너 기업들과 협력을 구축해왔으며, 마케팅부터 시작해 재고 관리, 고객 대응, 프로모션 전략 등 롯데의 면세 노하우를 쉽게 따라올 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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