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선기부에 대한 과대 포장 문제와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공개한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가 올해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퓰리처상의 영예가 ‘트럼프 보도’기자에게 돌아가면서 줄곧 미국 언론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계로부터 ‘한 방 먹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WP는 10일(현지시간) 자사 소속 데이비드 파렌트홀드 기자가 퓰리처상의 국내 보도 부문(National Reporting)을 수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이다. 파렌트홀드 기자는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의 자선 기부 약속 이행 여부를 파헤쳐 그가 주장했던 자선 기부와 후원 활동이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파렌트홀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경선 후보이던 지난해 1월 당시 참전용사 후원 단체들에 600만달러의 기부 발표를 한 뒤, 그것이 실제로 이행됐는지 추적했다. 그는 지난해 5월 24일자 기사에서 트럼프가 그간 기부 공약을 이행을 하지 않다가 자신이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기부에 나선 사실을 보도했다.
파렌트홀드 기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5년 과거에 저속하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 경험을 자랑하는 트럼프의 음성파일을 입수해 지난해 10월 최초 보도했다. 특히 현 부인인 멜라니아와 결혼한 지 몇 개월 안된 상황에서 한 이러한 음담패설 내용이 공개되자 대통령 후보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파렌트홀드 기자의 일련의 보도로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낙마 위기까지 몰렸다. 음담패설 음성파일이 공개된 후 여성 유권자들의 반발로 최대 위기에 몰리자 트럼프는 해당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번 파렌트홀드의 퓰리처상 수상으로 지난해 대선부터 현재까지 미국 언론에 대해 비판적 자세로 일관해온 트럼프가 멋쩍어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는 WP 소유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도 대선 때부터 설전을 벌이는 앙숙 관계이기도 했다.
퓰리처 보도상은 총 14개 부문으로 나뉜다. 퓰리처 보도상에서 가장 영광스런 부문으로 여겨지는 공공부문 수상의 영예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데일리뉴스와 비영리단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에 돌아갔다. 경찰들이 (불법 체류자) 추방 규정을 광범위하게 남용하는 실태를 고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보도와 피처기사, 사진속보 부문 등 총 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