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같은 소규모 지역 위주로 사업을 펼치던 신탁사들이 강남 재건축 등 서울 전역으로 무대를 넓히며 재건축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만 여의도 시범·공작·수정아파트를 비롯해,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궁전아파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등이 신탁방식의 재건축 사업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방식 재건축는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은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사로 나서 비용을 부담하며 시공사 선정부터 각종 인허가 절차 관리, 입주까지 사업 전반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하는 것을 허가한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기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안전 진단과 정비 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에 비해, 신탁방식은 조합설립 절차가 필요 없어 사업기간을 최대 1∼3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탁사가 사업을 주도해 기존 조합방식보다 투명성도 높다.
이에 따라 신탁방식 재건축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강남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강남4구 중 처음으로 서초구 방배7구역에 이어,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가 신탁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부산시 연제구 망미주공아파트 등 부산과 대전, 인천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이 추진되는 등 지방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신탁방식 재건축이 유행처럼 번지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과열양상을 우려하며, 신탁사들을 모아 우려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국토부는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금융투자협회 등 8개 사를 불러 재건축 사업 신탁방식 추진에 대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신탁사가 재건축 부담금을 과도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고, 주택시장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게 해주겠다는 등 재건축 부담금 회피 방법으로 신탁사업의 효과를 과대 포장해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도시정비 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를 이용해 최근 신탁사들이 단지들을 순회하며 과도하게 수주경쟁을 벌인 측면이 있다”면서 “신탁사업이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