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자동차 소비자보호 위한‘레몬법’도입 시급하다

입력 2017-03-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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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2180만3350대로 집계됐다. 자동차는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수리가 쉽지 않다. 무상 수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혹은 제작 결함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수리, 교환 및 환불 등 합당한 보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자동차 소비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5년부터 ‘레몬법(Lemon Law)’을 시행하고 있다. 레몬법은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 오렌지를 닮은 레몬이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게 주인은 소비자가 산 레몬을 오렌지로 바꿔 줘야 한다는 것이 레몬법의 핵심이다.

레몬법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후 운행 거리 1만8000마일 이내 또는 18개월 이내 동일 고장이 4회 이상 발생해 고장 수리를 받았거나, 받으려고 시도한 경우(브레이크 등 안전 관련 장치는 2회 이상 고장)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 수리기간 내에 총 수리기간이 30일 이상인 경우에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중국에선 이미 2013년부터 레몬법과 유사한 삼포법이 시행 중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2000만 대를 넘고 매년 120만 대 이상의 신차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에서 자동차 소비자 보호제도가 중국보다 못하다는 것은 곱씹어 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제작 결함 시정조치, 일명 ‘리콜’ 제도가 있고, 무상 수리기간도 법정화되어 있다. 그러나 교환 및 환불에 관한 조항은 없다. 현행 법령상 자동차의 중대한 결함으로 인한 자동차 교환 및 환불은 ‘소비자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서 그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원에서 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강행 기준이 아닌 권고적 효력만을 가진 임의 규정일 뿐이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실제 교환 및 환불에 이른 조정 사례는 최근 3년간 단 2건뿐이다. 오히려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제작사 측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교환 및 환불을 실시하는 사례가 연평균(2011~2015년) 약 920건으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형 레몬법, 한국형 삼포법의 도입이 시급하다. 자동차의 품질보증 책임, 제작 결함 시정 등 자동차의 수리·교환·환불 등의 분쟁 해결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관련 소비자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리콜과 교환 및 환불제도가 소비자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한, 2014년 정부의 리콜 명령이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신뢰를 높여주는 역할로 작용했듯, 기업 이미지·경쟁력 제고 등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도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과거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 시절, 소비자 보호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필자를 ‘저승사자’라고도 불렀지만,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자동차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키워드를 처음 넣었다. 구매 단계부터 자동차 사고 때 보험사와의 관계, 리콜 문제, 폐차 과정의 문제 등 자동차 구입에 따른 일련의 피해들로부터 자동차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자동차 소비자 권익 보호원’ 설립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 그것이 자동차 전문가로서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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