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았다. 올해 사장 승진에 성공한 조 사장은 3세 경영 체제 본격화와 함께 기대를 받고 있지만 실적, 배당, 계열사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조 사장은 24일 제55기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 참석해 "올해 매출액 12조2200억 원, 영업이익 8400억 원의 실적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790억 원보다 22.2% 감소한 규모다.
올해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유가 상승 우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환율 불안정 등 사업환경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철저한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고 안전운항 체계를 견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유가와 환율은 항공사의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연료비 부담이 지난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전년대비 42.6% 상승해 연료비가 올해 1200억원 내외로 증가하며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환율 사정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분기 환율 급등으로 외화환산손실(8836억 원) 발생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올해 초 원ㆍ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여 1분기 대규모 외화환산이익 발생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한진해운 구조조정 등으로 올해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못 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올해 포함해 6년 연속 배당을 못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왔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1조1000억에 가까운 이익 냈지만 관련사에서 오는 파산으로 인한 문제점, 환율ㆍ환차 문제점이 순익에 영향 미친 것 같다"며 "1호 의항인 배당 못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리스크를 고려하면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는 만큼 배당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배당을 실시했기에 주주들의 불만을 가벼이 여길 수만은 없다.
특히 계열사 리스크는 조 사장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다.
대한항공이 2011년부터 6년 동안 주요 계열사에 지원한 자금은 3조221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부담을 덜었지만 기타 계열사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조트사업과 호텔사업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리조트사업체인 ‘왕산레저개발’, 미국 LA에서 호텔 재건축 사업을 맡고 있는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들 계열사에 유상증자 등으로 투입된 자금은 2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3세가 경영을 시작할 때 영업이익 목표를 낮추는 것은 드물다"며 "대내외 불안정성뿐만 아니라 이 같은 요인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 안건으로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4건이 올라왔으며, 모두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