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두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 측은 “홍라희 관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 은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남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년째 와병 중인 가운데,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수감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관장은 아직 이 부회장을 면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간 특검팀에 수시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소환 조사가 없는 날에는 주로 경영진을 면회하며 시급한 경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대 회장 시절부터 58년 역사를 이어 온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후속 조직 없이 전격 해체되면서 홍 관장 역시 상당 부분 의욕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관장은 지난달 17일 장남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참담한 심정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주위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홍 관장의 사퇴로 인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등에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관장 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0.77%를 보유해 이건희 회장(3.54%)에 이어 개인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소유한 0.60%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이건희 회장의 아내인 홍 관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으로 시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경기도 용인에 세운 호암미술관 관장직에 1995년 1월 취임했다.
홍 관장은 2004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하면서 두 미술관의 관장직을 맡았다. 그는 재력과 인맥,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오랫동안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혀왔다.
홍 관장은 2008년 ‘삼성특검’ 사태의 여파로 리움 및 호암미술관 관장직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직에서 사퇴했지만 3년 만인 2011년 3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았다. 리움 미술관에서는 홍관장의 동생인 홍라영씨가 총괄부관장을 맡고 있다. 후임 관장이 정해질 때 까지 당분간 홍라영 씨 체재로 미술관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