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날짜는 같은 날인데 부르는 명칭은 셋이나 된다. 독립, 해방, 광복이 바로 그것이다. 독립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바 있다.
그보다 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해방이다. 해방은 ‘解放’이라고 쓰며 ‘풀 해’, ‘놓을 방’이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해방은 ‘풀어 놓아준다’는 뜻의 타동사로서 반드시 목적어를 갖는다. ‘링컨이 노예를 해방하다’라는 용례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한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풀어 놓아줌’의 은혜를 입은 비참한 민족이 되고 만다. 누구이겠는가? 첫째는 일본이고 둘째는 미국이다. 우리는 일제에 의해 마치 개처럼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살다가 일본이 풀어 놓아주는 은혜를 베풂으로써 해방을 맞은 민족이 되거나 미국이 불쌍히 여겨 일본을 내치고 ‘풀어 놓아줌’으로써 해방된 민족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일본으로부터 ‘풀어 놓아줌’의 은혜를 입었는가? 우리는 일제강점기 35년 내내 싸웠다. 백범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를 이끌며 싸웠고 윤봉길, 이봉창 의사가 싸웠고 김좌진, 홍범도 장군도 싸워서 크게 이겼다. 우리의 피와 땀으로 항거하여 마침내 광복을 맞게 된 것이다. 광복이란 말은 중국의 역사서인 ‘진서(晉書)’ 환온전(桓溫傳)에 그 용례가 처음 보이는데 잠시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음으로써 손상당한 나라의 빛을 회복하고 체면을 세운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1945년 8월 15일을 독립이나 해방이 아닌 ‘광복’이라는 말로 표현해야 한다. 그날을 기리는 국경일의 정식 명칭이 ‘광복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해방’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군대 이름도 ‘인민해방군’이다. 공산 혁명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의 착취로부터 인민을 해방하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해방을 강조한다. 우리의 경우와는 판이한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