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금융산업 영역별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는 은행권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금융당국의 신탁업 개정을 앞둔 증권업계와 은행업계의 논리싸움이 더욱 팽팽해진 양상이다.
금투협은 21일 참고자료에서 “은행의 ‘급진적 겸업주의 주장’은 그간 지켜온 한국금융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지나치게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은행연합회 주장의 본질은 은행업이 가진 비효율성을 타 업권의 본질업무까지 진출해서 해결해 보겠다는 약탈적 논리”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금투협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황영기 금투협회장의 지난 6일 기자간담회다. 당시 황 회장은 “증권사는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펼쳤는데, 이와 관련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운동장이 다를 뿐”이라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종합운동장, 즉 겸업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금투협이 낸 입장 자료는 하 회장의 ‘종합운동장’론에 대한 재반박인 셈이다.
금투협은 “유럽의 유니버설뱅킹(겸업주의)과 달리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금융제도는 전업주의를 근간으로 해왔다”면서 “은행, 증권, 보험간 특성에 따라 전문 경쟁력을 키우고 업권간 동질화로 인한 문제와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으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금투협은 “’종합운동장’에 해당하는 게 이미 있는 금융지주회사 제도”라며 “금융지주회사 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있음에도 그동안 시너지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금투협은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운용업 진출에 대해 고객층의 투자성향 차이를 들어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 고객을 상대로 자산운용업 등 투자업무를 확대하면 투자자보호 관련 리스크와 은행이 감수해야 할 부담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권은 공적자금으로 보전해온 역사가 있는 만큼 금융업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는 위험한 투자성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협은 은행권을 향해 “최근 문제제기가 ‘업권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우리 나라 금융산업 전체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경쟁 토대를 만들자는 것임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