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신탁업을 은행권에도 허용해 금융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처럼 각 금융업권 간 먹거리에 있어 칸막이를 두는 전업주의가 아니라, 이를 없애는 ‘겸업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 회장은 20일 서울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신탁업법을 손질하면서 불특정금전신탁이나 수탁재산 집합운용을 은행으로 확대하는 부분을 논의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신탁업이란 주식, 예금, 부동산 등 투자자의 다양한 재산을 수탁자가 운용·관리·보관하는 서비스다. 신탁업법은 별도로 제정돼 적용되고 있었으나 지난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까지 신탁업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와 은행업권은 신탁업 확대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증권회사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증권사가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 회장은 이와 관련, 금융시장의 업권 문턱을 높인 전업주의보다는 ‘겸업주의’로 가야 업무 권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금융산업 전체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업주의란 은행, 증권, 보험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라는 것이다. 은행은 축구장에서, 증권은 농구장에서, 보험은 배구장에서 각각 경기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운동장이 다른 것이지 운동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증권업에) 지급결제, 환전 업무를 허용 안 하는 것에 대해서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하는 건 농구를 하는 팀이 발뿐만 아니라 손도 쓰면서 축구경기에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축구경기를 할 때 손쓰는 걸 허용 안 해줘서 운동장이 기울었다고 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금융권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겸업주의를 하면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어서 편리성이 높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 회장은 은산분리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 만이라도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