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삼성의 앞날을 둘러싸고 해외 언론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포석을 깔고 있지만 핵심 경영자 부재로 인해 의사 결정과 개혁의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한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삼성 관련 기사의 제목을 일일이 나열하며, 한국 내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한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집단지도 체제를 강화, 약 60사 사장단 회의를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일시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때도 사장단이 그룹의 의사 결정을 맡았다. 각 사장과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참석하는 수요 회의는 최근까지 첨단 기술과 경영 이론을 배우는 장의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경영 과제를 논의하고 승인을 거쳐 회사가 이사회에서 결정 방식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해체하기로 한 미래전략실이 성장 전략을 담당하는 현행 방식은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해체되면 그룹 전체를 조정하는 성장 전략을 그리는 부서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문은 사실상 회장 대행을 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2008년 이건희 회장 부재 시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대행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삼성은 이 부회장의 복귀를 기다리는 의미에서 권력이 집중되는 진짜 최고 대행은 하지 않고 대외적인 회사 얼굴 역할만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삼성은 총수 구속에 따른 동요를 억제하고자 필사적이다. 구속 당일 밤에는 사내 인트라넷에 “회사를 믿고 임무를 소홀히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그룹 60개사 계열사 사장 연명으로 글을 올려 결속을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과제도 산적해있다. 신문은 기업 인수·합병(M&A)과 인사, 설비 투자에 있어서 핵심 리더십 부재로 인한 조정에 난항을 예상했다. 재벌 총수가 구속됐을 경우, 관례 상 구치소 내에서 지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현장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해 결정하는데 불리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 부회장에 대해, 아버지인 이 회장과 같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지난해 80억 달러에 미국 자동차 부품 대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등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사로의 전환 등 그룹의 대대적인 지배 구조 개편도 창업가 자손인 이 부회장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인공지능(AI)를 둘러싼 투자 등 사회 변화를 고려한 신규 사업 투자가 약해질 우려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집단지도 체제는 29조원이라는 사상 두 번째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작년에 이어 1~2년의 안정은 보장하지만 3~5년 후 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