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말 대웅제약은 대형 악재에 부딪혔다. 주력 제품 중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바이토린, 아토젯 등 5개 품목의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여기에 14년간 팔아온 글리아티린도 사실상 종근당에 뺏겼다. 대웅제약은 이탈리아제약사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만들어 팔았는데 지난해부터 종근당이 원료의약품의 판권과 상표 사용권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의 201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글리아티린(600억원), 자누비아(533억원), 바이토린(242억원) 등이 13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웅제약은 다국적제약사와 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공동 판매를 진행해 도입 신약 매출의 일부만 회사 매출에 반영했다. 대웅제약 입장에선 최소 1400억원의 매출 이탈을 안고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이탈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7940억원으로 전년대비0.8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1400억원 매출 이탈’ 변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1400억원의 외형 성장을 이룬 예상 밖 선전을 했다는 평가다.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웅제약의 절박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자누비아의 매출 공백은 또 다른 도입신약 판매로 만회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부터 LG화학과 손 잡고 자누비아와 같은 계열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의 판매를 시작했다. ‘제미글로’와 ‘제미메트’가 557억원을 합작하며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무려 101.7% 증가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자누비아’를 판매해온 영업 노하우를 제미글로 판매에 접목하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웅제약은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 판매도 시작했는데, 크레스토는 지난해 737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크레스토 판매금액의 100%를 매출로 반영한다.
위장약 복합제 ‘알비스’의 처방실적은 2015년 501억원에서 지난해 434억원으로 13.4% 떨어졌지만 용량을 늘린 ‘알비스D’가 95억원에서 199억원으로 2배 이상 처방실적이 증가하며 알비스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알비스D의 허가권은 지주회사 대웅이 갖고 있다. ‘엘도스’, ‘올로스타’, ‘다이아벡스엑스알’ 등도 두 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외시장 성과도 좋았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수출 실적은 955억원으로 전년대비 44.3% 증가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결국 대웅제약은 대규모 매출 이탈에도 불구하고 유사 제품으로 매출을 만회하고 기존 제품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위기대응 능력이 돋보인 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신규 도입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고 주력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들이 고른 성장을 나타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