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내부통제로 전 직원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초강수’를 뒀다. 은행권에서는 종종 시행하는 일이지만 증권사에서 사실상 처음있는 일이다.
지난해 지점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리는 등 투자 사기·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순히 신용도가 낮다고 소위 관심사병 취급을 하는 것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올만한 대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최근 전 직원의 신용등급을 조회하고 신용불량·과다채무 등 신용상태가 ‘위험수준’인 업무 부적격자 40여 명을 추려냈다.
앞서 지난해 6월 한투증권 강서지점에서는 A 차장이 고객 돈 50억 원을 개인 계좌로 받아 투자하다 손실이 나자 잠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수 충무영업소 B 차장도 2005년부터 고객 50여 명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자금을 받아 투자하다가 손실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한투증권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내부통제 절차 강화 등을 주문한 바 있다. A·B 차장은 현재 각각 피해자의 고소로 민·형사 절차를 밟고 있어 이들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의 제재는 재판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기 피의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이미 금융회사를 퇴직한 경우 금융당국 차원에서 제재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당시 투자사고도 개인적 일탈 행위 성격이 강해 회사에 공동 책임을 강력하게 묻기 어렵다. 때문에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강화가 가장 적절한 후속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전 직원 신용등급 조회 전에 자체적으로 투자금 유용 자진신고를 받았다. 개인 계좌로 투자를 진행하는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영업행위를 한 직원들이 자진 신고하면 징계를 면해주는 일종의 ‘리니언시(leniency, 관용)’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자진신고자가 거의 없자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이다.
한투증권 측은 “최근 사건 재발 방지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 직원 신용등급 조회와 리니언시 제도 등을 진행한 것이 맞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