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투자자의 자본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고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개혁안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민과 정책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17일 ‘2017년 업무보고’를 통해 자본시장 개혁 30대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크게 △모험자본 공급 확충 △기업 경영 투명성 확보 △국민재산 증식 여건 조성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 △투자자 보호 및 시장안정 기반 강화 등 5개 중점 추진 분야로 나눠졌다.
금융위는 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험자본의 비중을 늘린다. 한국거래소지주회사 출범에 맞춰 대체거래시스템(ATS) 설립 여건도 개선하고 코넥스 시장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단기금융,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통한 기업금융 등 신규 업무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테슬라 요건(상장요건 완화)’도 안착시킬 방침이다.
국민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2차 테스트베드 신청 접수를 3월부터 개시하고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담보로 제공된 국채를 재담보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상장주식, 장내파생상품, 상장채권에 대한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위해 ‘제3자 의뢰 신용평가’를 허용하고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확산도 추진한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 특히 위험한 금융투자 상품을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금융회사들에 판매를 중단시키는 ‘조치명령권’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표시하면서도 방법론에는 이견을 보였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 금융시장 자체가 활발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에 자본공급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방법론에서 잘못된 점을 개선한다거나 하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올해는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한 부분을 감안하면 이 정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과 재작년에 추진한 것이 많지만 시간은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초대형 IB 등 역할을 진작시키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엔젤투자자, 청년캐피털 등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코넥스를 만들기는 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모험자본 활성화 정책으로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IB의 IMA 개설 허용안에 대해 “은행은 안전자산, 증권은 위험자산이다. 나중에 소비자를 위한 보호장치 문제가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과거 굵직한 구조조정 사례에서 IB가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상기하며 인적 구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모험투자 방안에 대해 “시장 편의성이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를 유의적으로 늘리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담보부사채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담보가 부동산으로 돼 있는데 다양하게 담보를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고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행하는 정책을 끼워 넣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외주식시장(K-OTC) 거래에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은 이미 나온 것”이라며 "이제는 양도세 인하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