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금감원의 회계감리 대상 회사로 선정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는 미청구공사 대금, 공사원가 추정치 등이다.
이번 감리는 특정한 제보에 따른 것은 아니며, 수주산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한 금감원이 상징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수주산업의 공시 적정성 등을 4대 중점감리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은 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측으로부터 3분기 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으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공교롭게 이번 현대건설의 감사인도 안진으로 동일하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최근 3분기 보고서 판정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금감원이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착수한 상태다.
대상 건설사 2곳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건설업계는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회계감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회계업계 안팎에선 금감원이 감리 대상을 주요 건설사와 조선업체 등 수주산업 전체로 확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건설 분기보고서 의견거절만 하더라도 매각을 앞두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번 현대건설에 대한 회계감리 사안을 보면 금융당국이 강화된 회계기준 적용을 위한 선행 작업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업계 회계기준이 논란이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미청구공사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일정 사유로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비용으로 수주산업의 부실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로 대형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꾸준히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 대비 비중이 적지 않다. 이번 회계감리 대상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미청구공사 금액이 3조6022억 원으로 총매출액의 27% 수준에 달한다. 또 대우건설(2조158억 원), GS건설(2조1917억 원), 대림산업(1조2617억 원) 등도 미청구공사 대금이 상당 규모에 이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대형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미청구공사가 급증하기도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무조건적 감리 강화보다는 업계 특성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