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화ㆍ예술계를 ‘좌파’ 인사가 장악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추진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13일 열린 최순실(61)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조동원 씨가 안 전 수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조 씨는 안 전 수석에게 '한상준(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후보는 어렵게 찾아낸 우리 쪽 사람. 함께 노력해야', '우리는 언제나 좌파 영화계에 놀아난다'는 등의 문자를 보냈다. 조 씨는 또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김재원, 용호성(전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등의 ‘라인’을 언급하며 '영화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문화ㆍ체육계 좌파 인사들이 너무 많아서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정부 주도로 설립해 정부 입맛에 맞는 정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정황'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보좌관 최모 씨가 작성한 보고서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장애인 연극단체 다빈나오 지원과 관련해 ‘(대표가) 본인 트위터에 좌파 성향 게시물 작성 및 리트윗’, ‘야당 주요 정치인과 집중적으로 팔로잉(권영길,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이라고 적혀있다. 단체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 정부 지원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방귀희 씨에 대한 분석도 나와 있다. 보고서에는 ‘방 씨는 현 정부 국정운영철학과 함께 할 수 없는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다. 일부 작가와 예술가를 통해 이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검찰은 최 보좌관이 최순실 씨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를 통해 최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