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눈물 섞인 고별연설을 했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이날 50분 이상의 연설을 통해 최근 분열상이 심화된 미국의 현실을 짚으면서 민주주의 하에 국민이 단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오바마는 지난 2008년 역사적인 승리 연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도 시카고에서 했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우리의 연대감을 무너뜨릴 만큼 위협적인 순간들이 있다”며 “21세기의 시작도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세계 경제성장은 축소하고 불평등은 커졌으며 인구학적인 변화와 테러리즘 공포가 일어났다. 이런 일들은 우리의 안보와 번영은 물론 민주주의도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도전들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자녀를 교육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고국을 보호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 위협을 넘어서 미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두 가지 다른 세력, 즉 인종 관계와 지구 온난화와 인간이 미친 영향 등 논쟁적인 사실들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분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자 자녀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거부하지 말자고 촉구하는 등 인종 화합을 호소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우리의 위대한 국가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주어진 즐거운 임무를 받아들이자”라며 “우리 모두는 외견상의 차이에도 자랑스러운 타이틀 ‘시민’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를 언급한 것은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원만한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10일 후 전 세계는 미국 민주주의의 특징인 자유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나한테 했던 것처럼 트럼프 당선인에게 원만한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정부가 미국이 직면한 많은 도전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침체에서의 탈출, 자동차산업 부흥, 일자리 창출, 쿠바와의 외교관계 회복, 이란 핵프로그램 종결, 9ㆍ11 테러 주모자(빈 라덴) 제거, 동성결혼 허용과 오바마케어 등 자신의 업적을 나열하기도 했다.
부인 미셸 여사에 대해 “25년간 당신은 나의 아내였으며 우리 아이의 어머니였고 나의 최고의 친구였다”며 “당신은 백악관을 모두를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을 섬긴 것은 내 삶의 영예였으며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남은 평생을 시민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8년 전 나에게 기회를 줬을 때와 같은 요청을 다시 한다. 변화를 이끄는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의 능력에 있다는 것을 믿어달러”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말로 고별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