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재벌경제를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지목하며 특히 4대 재벌(삼성‧현대차‧SK‧LG)을 우선으로 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포럼에서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재벌개혁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을 밝혔다.
그는 “그간 재벌경제는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였지만 한편으로 공정한 시장을 어지럽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됐다”며 “단호히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적폐를 청산해야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 모두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간 역대정부마다 재벌개혁을 공약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건 정부 의지가 약한 탓도 있었고, 규제를 피해가는 재벌의 능력을 정부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실현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한다. 재벌 중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재벌개혁의 첫 과제로 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투명 경영구조 확립을 꼽았다. 이를 위해 그는 당론으로 발의된 상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대표발의한 개정안엔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도록 집중투표, 전자투표, 서면투표 도입, 공공부문부터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를 위한 소액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 다중대표소송과 다중 장부열람권도 제도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재벌의 중대 경제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 의지도 피력했다. 문 전 대표는 ‘무관용 원칙’을 언급하며 “중대한 반시장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하겠다”고 했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10대 재벌부터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자회사지분 의무소유비율 상향에 더해 재벌로부터의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선 안 된다”며 “금산분리로 재벌과 금융은 분리시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고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도 제한하겠다”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드러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완책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잇도록 하고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으로 준조세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선 “기업들이 2015년 납부한 준조세가 16조4000억원이었다”며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에 쌓여있는 700조원 상당의 사내유보금을 중소기업과 가계로 흐르게 하고, 재벌의 갑질 횡포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고, “가습기 살균제처럼 소비자가 피해를 당할 경우 강력히 보호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이야말로 경제정의와 함께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이번에 우리가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낸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