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마다 고가 선물로 선보였던 백화점과 호텔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이후 첫 명절을 맞으면서 5만 원 이하의 설 선물을 선보이며 콧대를 낮췄다. 백화점 업계는 5만 원 이하 설 선물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등 명절 수요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호텔업계도 김영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을 구성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6일부터 27일까지 설 배송 특별 기간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3만~5만 원 상품도 무료로 배송하는 엘 배송 시스템을 가동한다.
롯데백화점은 김영란법을 반영, 올해 설을 앞두고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60% 늘인 만큼 배송 요청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2월 5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사전예약판매 행사에서는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35% 증가했으며, 5만 원 이하 선물세트의 매출은 71% 증가했다. 상품군별로는 축산 선물세트가 17%, 수산이 38%, 청과가 26%, 건강이 40%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과 배송 물량이 작년 설보다 각 10%씩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처음으로 5만 원짜리 굴비세트와 간고등어세트를 선보이는 등 5만 원 미만 실속 선물세트 품목을 지난해와 비교해 약 35% 늘여 467개 품목을 준비했다. 지난 추석까지 5만 원 미만 상품은 대부분 커피나 차(茶), 디저트 등 가공식품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에는 축산, 농산, 수산 등을 모든 부문에서 5만 원 미만 상품을 구성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전체 전년대비 46.5% 신장했다. 구체적으로 농산 50.0%, 축산 81.8%, 수산 199.6%, 건강/차 40.7%, 주류 28.5%의 수치를 보였다.
현대백화점도 서민 음식의 대표격인 돼지고기 선물세트를 내놓는 등 5만 원 미만의 설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시작한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2.2% 증가했다. 주요 품목으로는 한우 28.6%, 굴비 25.0%, 청과 29.5% 등이다. 특히 올해 모바일 예약 판매 매출이 지난해 대비 75.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호텔업계도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5만 원·10만 원 이하의 선물세트가 크게 늘었다.
롯데호텔은 서울과 잠실 월드타워에서 설을 맞아 오는 26일까지 설 선물 세트를 판매하며, 지난해와 비교해 5만 원 상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스시조 유기농 금쌀 세트’와 ‘안면도 고춧가루·제주 깨소금·볶음참깨 세트’ 등 합리적인 가격대에 만날 수 있는 명절 선물 세트를 구성했다. 가격은 4만8000원부터 시작하며 오는 24일까지 예약판매로 진행된다.
반얀트리클럽앤스파 서울은 5만 원 이하 선물로 베이커리 전문 몽상클레르의 카스텔라와 구움과자·마카롱·과일잼으로 구성된 ‘몽상클레르 햄퍼 세트’를 판매한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오는 26일까지 호텔 자체 커피 브랜드 ‘카페 비치노’ 원두와 머그컵 등이 포함된 ‘쉐라톤 햄퍼 세트’는 5만 원에 내놓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설 명절 선물세트라고 하면 한우 등 고가 선물세트들이 인기였지만, 이번 설은 시대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품목의 저렴한 선물세트들이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