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4분기 월가 ‘어닝서프라이즈’행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프리스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11월에 마감한 회계연도 4분기(9~11월) 순이익이 8710만 달러(약 104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00만 달러)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직전 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를 기록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셈이다. 이 은행의 전 사업부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채권 사업부와 주식트레이딩 사업부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4분기 채권 사업부 매출은 1억494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6배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이 사업부의 매출은 944만 달러에 그쳤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9000만 달러어치의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이 남아있지만 내년에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리차드 핸들러 제프리스 최고경영자(CEO)와 브라이언 프리드먼 이사회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제프리스가 모든 사업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강한 성장세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면서 “2017년에도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월가 대형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주식과 채권 트레이딩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초저금리 여파에 따른 수익 감소에다 엄격한 규제가 이들 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 은행들은 부진한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거나 경영진을 물갈이하기도 했다. 제프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프리스는 채권과 주식 거래는 물론 투자은행과 레버리지 금융 등 주요 사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제프리스는 1분기 1억6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3~4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 한해 순손실을 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월가에 대한 규제완화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면 월가가 입는 혜택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프리스는 회계연도가 다른 월가 은행에 비해 한 달 정도 먼저 마감되기 때문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월가 대형은행들의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제프리스가 혹한기를 끝내고 월가 전성시대의 서문을 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프리스의 실적을 봤을 때 월가 대형은행들의 혹독한 시기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직 분기 실적를 공개하지 않은 JP모건체이스나 모건스탠리 고위 인사들이 최근 4분기 실적 호조를 암시하는 발언들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