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SK케미칼 기술수출 혈우병약 글로벌시장 진출 가속도

입력 2016-12-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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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CSL에 수출한 '앱스틸라', 미국 캐나다 승인..바이오젠 등과 차세대 치료제 시장 경쟁 예고

SK케미칼이 호주 제약사 CSL베링에 기술수출한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은데 이어 캐나다 시장에도 진입했다. 유럽 시장은 지난달 허가 권고를 받고 승인을 앞두고 있다.

▲SK케미칼이 기술수출한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SK케미칼이 기술수출한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유전자재조합 바이오 신약이다. 지난 2009년 전임상 단계에서 호주 CSL베링에 기술 수출하면서 CSL이 앱스틸라의 전 세계 판매권을 확보했다. 국내 시판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앱스틸라 글로벌 매출액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다. 판매 로열티 비율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양사간 비공개 정보”라고 했지만 매출액의 약 5%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상시험 도중에 기술 수출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동아에스티가 미국에 기술수출해 FDA 허가를 받은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매출액의 5~7%를 판매 로열티로 받는다.

앱스틸라는 전임상 단계에서 수출한 이후 수많은 난관을 뚫고 선진 의약품 시장에서 상업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받을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글로벌리서치업체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약 8조4000억원 규모며 미국 시장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앱스틸라가 미국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SK케미칼은 연간 약 180억원의 로열티 수입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앱스틸라', 기존 치료제 단점 개선한 차세대 혈우병치료제 각광

앱스틸라는 기존치료제보다 생산성은 높이고 약효지속시간을 늘린 차세대 혈우병치료제로 평가받는다.

혈우병은 전 세계적으로 남성 약 1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유전병으로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 인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부족한 응고인자에 따라 A형, B형으로 나뉘며 혈장 내 제 8응고인자가 부족해 발행하는 A형 혈우병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혈우병 환자들은 작은 부상이라도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1960년대에는 평균 수명이 약 25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혈액응고인자제제의 발전 등으로 HIV에 감염되지 않은 혈우병 환자들의 평균 수명은 일반인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최초의 A형 혈우병 치료제는 사람의 혈장에서 추출하는 형태였다. 제8인자가 포함된 혈장을 추출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부작용 문제가 한계로 지목됐다. 이후 혈액 응고에 필요한 제8인자의 DNA를 세포에 주입시켜 치료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재조합 방식이 발명됐고 현재 생산·판매되는 치료제는 모두 유전자 재조합 방식이다.

▲혈우병치료제 진화 현황(자료: SK케미칼)
▲혈우병치료제 진화 현황(자료: SK케미칼)

재조합으로 만들어진 1세대 제품은 치료제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약효가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부민이라는 안정화 단백질을 첨가했다. 그러나 알부민도 사람으로부터 정제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혈장 추출 제품과 마찬가지로 감염의 위험에 노출됐다. 2세대 치료제부터는 약물의 변질을 막고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알부민을 쓰지 않고 제8인자의 약효를 유지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의 첨가가 가능해졌다.

2세대 치료제도 한계는 있었다. 2세대 치료제는 제 8인자를 통째로 넣어 제품을 만들었는데 유전자 자체의 성질 때문에 치료제의 발현이 낮아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려웠다. 제8인자를 구성하는 A, B, C 세 부분 중 기능상 불필요한 유전자 B도메인이 끼여 있었기 때문이다.

3세대 치료제는 수율을 낮추는 B 도메인을 제거한 결과 발현량이 높아져 기존 제품에 비해 생산성이 대폭 향상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크기가 제각각이었던 B 도메인을 일제히 잘라내 제8인자의 외형 역시 균일화가 가능해져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가 이뤄질 수 있었다.

녹십자가 미국에서 임상3상시험을 진행하다 중도에 포기한 ‘그린진에프’가 3세대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2년 미국 임상3상시험에 진입했지만 희귀질환의 특성상 신규 환자 모집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젠, 박스엘타 등이 약효 지속 효과가 긴 후속약물을 허가받자 그린에프의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지난 10월 미국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녹십자는 그린진에프의 중국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미국 시장은 차세대 제품을 개발해 재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앱스틸라는 3세대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제8인자를 구성하는 유전자의 결합방식을 변경해 더욱 높은 생산성을 지니면서도 환자 편의성을 높인 4세대 약물로 평가받는다. 앱스틸라는 기존에 금속이온으로 두개의 도메인이 연합된 형태인 3세대의 제8인자(B도메인이 제거된 형태)의 결합방식을 단일 사슬형 구조로 변경, 제8인자의 안정성을 개선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앱스틸라는 유전자 결합 구조의 변화 덕분에 임상 결과 기존 제품에 비해 제8인자의 체내 유지 시간을 1.5~2배 가량 증가시켜 체내 반감기를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앱스틸라는 임상1/2상에서 박스액타의 ‘애드베이트’보다 반감기가 1.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앱스틸라는 임상시험을 통해 주 2회 투여가 효과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또 기존에 치료를 받던 환자들에게서 중화항체반응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SK케미칼 측은 설명했다. 중화항체반응은 약물 효과를 저해하는 항체가 형성되는 반응으로 A형 혈우병 치료제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바이오젠 등 다국적제약사, 미국 시장 먼저 진출..치열한 경쟁 예고

앱스틸라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내놓은 차세대 치료제와의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바이오젠이 내놓은 ‘엘록테이트’가 3~5일에 1회 투여하면 되는데, 미국에서 앱스틸라보다 2년 앞선 지난 2014년 허가받았다. 앱스틸라 입장에선 엘록테이트의 후발주자인 셈이다. 엘록테이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3억1970만달러(약 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박스앨타의 ‘애디노베이트’, 바이엘의 ‘코발트리’ 등 차세대 혈우병치료제들도 앱스틸라보다 다소 앞선 지난해 11월, 올해 3월 각각 FDA 승인을 받은 터라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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