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1월 1일 이후’가 코믹한 동영상으로 그려졌다.
16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UNCA) 송년만찬은 매년 그랬듯 반 총장 내외를 초청했다. 올해는 ‘환송파티’가 됐다. 관례대로 유엔 사무총장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동영상이 상영됐다.
올해의 주제는 ‘퇴직 후’였다. 일선에서 물러난 평범한 노인을 연기한 반 총장에 800여 명 참석자가 폭소를 터뜨렸다.
영상은 운전기사가 없어진 반 총장의 승용차에서 시작된다. 영상 속 반 총장은 승용차에 올라타고 자연스럽게 “UNCA 만찬으로 가자”고 지시하지만, 운전기사가 없자 직접 운전대를 잡더니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영상에서는 반 총장이 머리 꽃 장식 등 다양한 스티커를 이용해 셀카를 ‘보정’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혼자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훌쩍이는 장면도 들어갔다.
반 총장은 “이제는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니 내가 좋아하는 곳에 들어가 볼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털모자를 눌러쓰고 유엔 브리핑룸에 들어간 반 총장이 ‘폭풍질문’을 하지만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이 금세 알아보고 ‘눈치’를 주는 장면이 나왔다.
반 총장이 출입증 만료로 로비에서 유엔청사 출입이 제지당하자 방호원 복장으로 갈아입고 결국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내용도 있다.
매년 이 만찬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제작한 재미있는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언론과의 ‘거리 좁히기’를 한다.
반 총장은 2013년 말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도청을 풍자하는 내용을 택했고, 2014년 말에는 자신이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엔의 활동상을 소개했으며, 작년에는 사무총장으로서의 고단한 일상을 표현했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퇴임에 대해 “슬프지만 이제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는 기분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유엔의 아이’로 표현한 반 총장은 “유엔은 항상 내 마음 속에 있을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