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몰락한 스타트업 테라노스에 자금을 대거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테라노스는 6억3200만 달러(약 7382억 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여기에 머독 회장의 투자금도 포함돼 있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독이 자신의 돈 약 1억 달러를 들여 테라노스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머독은 뉴스코퍼레이션과 21세기폭스의 회장이다. 뉴스코퍼레이션은 경제 일간인 WSJ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테라노스의 기술에 처음 의문을 제기한 언론이 WSJ이었다. 즉 머독은 자신이 소유한 회사 때문에 투자금을 날린 셈이 된 것이다.
테라노스는 얼마 전까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이었다. 프린터 크기의 혈액검사 기계를 통해 피 한 방울로 70개가 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는 미국 특허 18개, 역외 특허 66개를 얻었고, 기업 가치는 한때 90억 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승승장구하던 테라노스의 몰락은 WSJ에서 시작됐다. WSJ는 작년 8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테라노스의 기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 당국으로부터 실험실 운영을 금지당했다. 지난달에는 혈액검사 사업을 철수하고, 40% 이상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테라노스의 몰락으로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즈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19세에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하고 나서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인류 발전을 위해 상상하기 어려운 발전을 이뤄낸 인물”이라는 극찬까지 했다. 그러나 테라노스의 기술이 과장됐다고 판명되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자신들이 1년 전 발표한 홈즈의 자산을 재평가했다. 홈즈의 자산은 45억 달러에서 0이 됐다.
WSJ는 테라노스에 투자해 피해를 본 투자자로 머독과 함께 미국의 드러그스토어 체인 월그린을 꼽았다. 월그린은 1 4000만 달러를 들여 40여 개의 테라노스 건강센터를 설립했다. 테라노스의 의혹이 제기된 뒤 월그린을 건강센터를 즉시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