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번 정권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 씨를 기소하면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추가했다. 차 씨가 '비선실세' 최순실(60) 씨와 함께 광고회사를 차려 대기업 일감을 몰아받고, 특정 업체 지분강탈을 시도하는 데 박 대통령이 관여해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내용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강요미수와 직권남용,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차 씨를 구속기소했다. 구속된 차 씨의 측근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박 대통령, '포레카 지분강탈' 지시…"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살펴보라"
검찰은 차 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17일 안 전 수석을 불러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권오준(66) 포스코 회장과 김영수(66) 포레카 대표를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지시대로 권 회장과 김 대표에게 각각 전화해 "포레카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데,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모스코스는 최순실 씨가 차 씨를 앞세워 만든 광고기획 업체다.
지시가 내려진 이후 차 씨가 세운 업체인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홍탁(55) 씨는 김영수 포레카 대표와 함께 '컴투게더' 대표를 찾아가 지분 80%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컴투게더는 2014년 12월 포레카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였다. 이들은 컴투게더 대표 한모 씨를 상대로 "포스코 최고위층과 청와대 어르신의 지시사항이다,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면 지분 80%를 가져가고 사장님은 2년 간 월급 사장을 하시라"고 협박했다.
이후 컴투게더의 단독 입찰이 확정된 후 한 씨가 협박에 굴복하지 않자 최순실 씨 측의 협박은 계속 이어졌다. 최 씨는 지난해 6월 차 씨에게 '이렇게 나오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버린다고 전해라'고 지시했고, 차 씨의 추천으로 콘텐츠진흥원장이 된 송성각 씨는 한 씨를 불러내 '저쪽에서는 막말로 묻어버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대로 가면 컴투게더도 없어지고 한 사장 자체가 위험해진다'며 협박했다.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컴투게더는 지난해 6월 11일 포레카를 인수했다.
박 대통령, "KT 회장에게 연락해 홍보전문가 채용하도록 해라" 지시도
차 씨가 KT 임원급 인사를 좌지우지한 배경에도 대통령의 지원사격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안 전 수석에게 홍보전문가 이모 씨와 신모 씨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씨는 차 씨의 지인이고, 신 씨는 최순실 씨의 측근인 김영수 대표가 추천했다. 이들은 플레이그라운드가 대기업들로부터 광고 계약을 원활히 수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
안 전 수석은 황창규 KT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윗선의 관심사항인데, 이 씨는 유명한 홍보 전문가이니 채용하면 좋겠다. 신 씨는 이 씨 밑에서 같이 호흡흘 맞추면 좋을 것 같으니 함께 채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KT는 지난 2월 이 씨를 전무급인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같은해 12월 신 씨를 'IMC본부 그룹브랜드지원 담당'으로 채용했다.
박 대통령은 이 씨와 신 씨가 채용된 이후 보직도 구체적으로 정해줬다. 지난 2월 안 전 수석에게 'KT의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검찰 공소사실이 맞다면 박 대통령이 플레이그라운드의 일감몰아주기 계획을 미리 알고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전 수석은 다시 한 번 황 회장에게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했고, 이 씨는 KT IMC본부장으로, 신 씨는 IMC 본무 상무보로 보직이 바뀌었다.
결국 플레이그라운드는 신생사에 실적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핸디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3월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최종 선정됐다. 이후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 8월 9일까지 총 68억여 원 상당의 광고계약 7건을 수주했고, 5억16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