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해 주목을 받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아베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일본 참의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특별위원회 증언에서 “대통령 취임 첫날 TPP 탈퇴를 통보하겠다고 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을 번의(飜意)시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이날 TPP 특별위원회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결과를 처음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지난 17일 아베 총리는 미국 뉴욕의 트럼프 자택에서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났다. 당시 일본 내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 자체만으로 고무적이었으며, 아베 총리가 회담 후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다”고 말하면서 TPP 협상도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 참석 중이던 21일, 트럼프 당선인이 갑작스럽게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TPP 탈퇴를 위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일본 민진당의 렌호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TPP 특별위원회에서 뉴욕 회동과 관련해 아베 총리를 집중 추궁했다.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한 이유가 뭐냐”는 렌호 대표의 질문에 아베 총리는 “현직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대로 경의를 표했다”는 점을 들었다. 대선 기간 거세게 비판해 온 오바마 정권에 대해 트럼프가 일정 배려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의 구체적인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하면 신뢰를 잃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초점이 되고 있는 TPP에 대해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내 생각을 말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PP 탈퇴를 표명해온 트럼프에게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TPP의 중요성을 설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의 회동 성과에 대해 “안타깝다”며 실속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무소속의 마쓰자와 시게후미 의원은 9월 유엔 총회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하고만 회담한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가장 바쁜 시기에 다른 정상은 제쳐두고 나만 만났다”며 트럼프와의 회담이 성사됐다는 점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