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으로 극심한 수익난에 허덕이던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이어 ‘업계 1위’ 포스코까지 사업재편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다. 자동차 등 전방사업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몸집 불리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조선·해운업의 꼴이 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이 됐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1후판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내용의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원샷법)’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달 초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광양제철소를 찾은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조선산업 수요를 고려해 후판 1개 라인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포스코는 자체 구조조정으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의 사업재편 계획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적극적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맹공격에 한 발 물러섰다.
업계 2, 3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나란히 ‘원샷법’을 신청한 것 역시 포스코를 압박하는 요소다. 전일 산업부로부터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은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의 단강(잉곳) 생산용 전기로 20만 톤을 매각하기로 하고, 25일까지 입찰 제안을 받을 예정이다. 매각 자금으로 순천공장에 있는 고부가 단조제품 설비에 투자한다.
동국제강 역시 조선업 불황으로 최근 공급과잉에 처한 포항 제2 후판공장과 관련 설비 180만 톤을 팔기로 했다. 대신 고부가 제품인 컬러강판 설비를 증설(10만 톤)하고, 친환경·고부가가치 철강재 생산과 기술개발 등에 나설 방침이다.
알루미늄 섀시·패널 등 건설기자재 분야 업체인 우신에이펙도 비철금속 업계에선 처음으로 사업재편을 승인받았다. 알루미늄 제품 5000톤과 패널 50만㎡를 감축하고, 신성장 분야인 선박용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설비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극적인 M&A에 나서며 품질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일본의 사업재편 속에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