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대내외 경영 여건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업계가 ‘통 큰’ 투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 ‘빅2’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1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기준 투자액이 각각 1조 원씩, 총 2조 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등 신흥국들이 빠르게 기술력 확보에 나서면서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일순간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저유가에 따른 마진 확대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탄’ 역시 충분한 것도 투자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들 업체의 투자는 향후 성장 전략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LG화학은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팜한농을 품에 안는 등, 인수ㆍ합병(M&A)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과 합병까지 앞두고 있어 M&A를 통한 투자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LG화학은 여수 가성소다 공장과 중국 난징 전기자동차 공장의 전극 라인 증설에 1400억 원가량을 투입하고, EPC(설계ㆍ조달ㆍ시공) 해외 증설과 소형 원형전지 증설에 97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생산 설비도 증설도 적극적이다.
롯데케미칼은 합작사업을 통한 설비 증설에 나섰다. 에틸렌 생산 규모를 확대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 1900억 원을 들여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케미칼을 설립한 것. 현대케미칼은 최근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사업 외에도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와 특수고무 합작사업에 1400억 원을, 미국 액시올 사와의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에 6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외에 한화케미칼도 여수 공장 내 클로르 알칼리(CA) 설비 및 옥시 에틸렌 디클로라이드(OXY-EDC·Ethylene Dichloride) 설비 증설에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