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당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에 대한 검사를 전 금융계열사로 확대한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자산운용, 흥국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일부 계열사는 이미 검사를 끝냈다.
금융당국이 한 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전부 검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검사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거래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김치경영’으로 문제가 된 태광그룹 계열사 거래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 내홍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 금융계열사의 경영 안정 여부도 추가로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업계는 금감원이 태광그룹의 문제 소지가 있는 내부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에서 밀려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내부 인사들이 금감원에 투서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계열사 중 가장 먼저 검사를 받은 흥국화재는 검사 기간이 연장됐다. 당초 지난 11일에 끝내기로 했지만, 검사 마감일을 다음 주 중으로 늦춘 것이다. 계열사 간 거래 내역을 추가로 확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흥국생명에 대해선 최근 대체투자비중이 늘어난 배경을 들여다보기 위해 일주일가량 검사를 진행했다.
흥국자산운용과 흥국증권에 대해서는 검사를 진행 중이며 검사 마감일은 확정 짓지 않고 있다. 고강도 검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위법행위를 인식하고도 강행했다면 고의성이 인정되는 만큼 문제 소지가 크다”며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다면 상당 수준의 제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계열사 부당 거래에 대해 태광그룹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검사를 많이 했는데 계속 진행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