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태광그룹 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가 금융감독원에 태광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진정서를 보낸 후, 금감원은 사태를 인지하고 검사 계획을 세웠다.
당시 금감원은 “(투쟁본부에서 지적한) 계열사 거래에 대한 것은 금감원의 흥국생명 검사 업무 시 참고할 예정”이라고 회신하며 전 금융계열사 검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뒷말로 오갔던 ‘김치경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진정서에는 흥국생명ㆍ화재를 비롯한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IT 계열사 티시스의 계열사를 통해 김치를 시장가보다 웃돈 금액에 구매하고 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제공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 일가가 주주인 티시스를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티시스는 이 전 회장(51.02%)을 비롯해 아들 현준 씨(44.62%), 아내 신유나 씨ㆍ딸 현나 씨(각 2.18%)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흥국화재가 티시스를 대상으로 발생한 채권ㆍ채무액은 약 334억 원에 달했다. 흥국화재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170억7100만 원)은 전년 동기 대비 44.8% 감소하며 실적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전 금융계열사 검사를 통해 지금까지 지적됐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살펴보면서, 동시에 경영 안정 여부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태광그룹이 일부 금융계열사 CEO를 물갈이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김명환 흥국화재 영업총괄본부장을 흥국화재 사장으로 승진시키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흥국화재는 현재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출신인 문병천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총괄본부장이 언급된 배경에는 태광그룹 K 경영기획관리실장의 측근이란 이유가 가장 크다. K실장은 현재 태광그룹 내에서 경영부터 인사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최근 회사를 사임한 흥국생명 임원 인사에도 K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메리츠화재 출신인 김명환 총괄본부장을 흥국화재로 데려온 사람도 K 실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흥국화재의 경우 사장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경영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룹 오너가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금감원이 제재할 근거는 없지만 경영불안정과 같은 취약 요인은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흥국화재는 2006년부터 10년간 9명의 대표가 거쳐갔다.
태광그룹 측은 금감원의 계속되는 검사가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다만, 그동안 검사를 많이 했는데 계속 (검사를) 진행해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