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종룡 발언의 묘한 뒷맛

입력 2016-11-15 10:32 수정 2016-11-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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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자본시장부 기자

“정부에 불편한 코멘트를 자제해 달라는 일종의 경고 아닐까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여리박빙(如履薄氷)의 경제상황’을 강조하며 민간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했던 지난 7일 금융시장점검 긴급회의 발언에 대한 한 증권사 연구원이 보인 반응이다.

이날 회의에서 임 위원장은 금융투자협회에 “투자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신경을 써 달라는 주문이었다. 황영기 금투협회장도 이날 오후 곧바로 증권사 사장단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비공개였다.

증권사 사장단이 어떤 사안을 논의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이른바 ‘최순실 파문’이 한창 확산되던 시기였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임 위원장 발언을 유추할 수는 있겠다.

직전 주말, 대통령이 두 번째 담화문을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시작되면서 증시가 출렁거렸고, 상당수 증권사 연구원은 증시 불안 배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지목하고 있었다. ‘최순실 쇼크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식으로 정부에 불편한 제목의 기사가 잇따라 내걸리던 때였다.

실제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은 스스로 임 위원장 발언을 일종의 가이드라인 삼아 해석했다고 한다. 일례로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최순실’, ‘연구원’, ‘증시’ 세 가지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 보면 임 위원장 당부와 금투협 사장단 회의 이후 관련 내용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1월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 188건이던 건수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98건에 그쳤다. 사실상 반토막 수준이다.

물론 임 위원장 발언은 현직 금융위원장이자 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로서 할 수 있는 일반적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시기상 ‘묘한 뒷맛’이 남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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