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체 역량만으로 부족한 연구개발(R&D) 역량을 외부 자원을 통해 강화하려는 노림수다.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신약 개발 특성상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 대상을 늘리는 분위기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들어 5개 바이오벤처에 352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4월 파멥신에 30억원을 지분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소렌토(119억원), 네오이뮨텍(35억원), 제노스코(50억원), 이뮨온시아(118억원) 등 5개월 만에 5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네오이뮨텍은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의 미국지역 파트너사로 지난해 제넥신으로부터 면역증강단백질 기술을 이전받은 바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제넥신에 200억원을 투자했는데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네오이뮨테크 투자도 결정했다.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는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유한양행과 차세대 폐암치료제에 대한 공동 연구에 착수했고, 최근에는 간암치료제를 유한양행에 기술 이전했다.
풍부한 자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외부 R&D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는 전략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유한양행의 현금성자산은 4925억원으로 녹십자(987억원), 대웅제약(1126억원), 종근당(127억원) 등 경쟁업체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 연이은 기술 수출 계약으로 수천억원대 계약금을 확보한 한미약품(3580억원)보다도 여유 있는 수준이다.
유한양행은 2010년 이후 적극적으로 외부 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엔솔테크(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45억원을 지분 투자한 것을 비롯해 한올바이오파마, 테라젠이텍스, 엠지, 바이오니아, 코스온, 제넥신 등 바이오업체 및 화장품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유한양행은 총 30여개의 타 법인에 투자했는데 지난 9월말 기준 투자 업체의 장부가액은 4413억원에 달한다. 전년동기 3549억원보다 864억원 늘었다.
왕성한 투자가 결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7월 중국제약사 뤄신과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신약후보물질 'YH25448'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600만달러를 포함해 총 1억2600만달러 규모다.
YH25448은 유한양행이 지난해 7월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 이전 받은 신약후보물질이다. 지난 2008년 위장약 ‘레바넥스’를 중국에 수출한 이후 8년만에 체결한 신약 수출 계약을 외부 자원으로부터 도입한 신약 물질로 성사시켰다.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긍정적 효과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영양수액제 전문기업 엠지를 인수했는데, 엠지의 영양수액제는 올해 3분기까지 15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외부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유한양행은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퇴행성디스크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지난달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을 중단했다. 유한양행은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45억원을 투자해 지분 12.0%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12년 한올바이오파마에 295억원의 지분 투자로 R&D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지난해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면서 현재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유한양행은 당초 보유했던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374만4500주 중 73.2%(274만4500주)를 처분했고 현재 100만주만 보유 중이다. 다만 지금까지 주식 처분으로 투자금보다 140억원 많은 435억원을 회수했다는 점이 위안이다.
업계 일각에서 유한양행의 지속적인 투자에 비해 R&D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제기되는 배경이다. 물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면서 낮은 신약 개발 성공률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자체 기술로 발굴한 신약 물질과 외부 투자로 도입한 신약물질이 고르게 포진해있다”면서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외부 자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