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억만장자이자 멕시코 최고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여파에 6조 원에 달하는 순자산을 날렸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인 오전 10시 기준 세계 500대 부자 순자산은 총 410억 달러(약 47조1700억원) 줄어든 4조4000억 달러였다. 순자산 총액이 전일 대비 0.9% 감소한 것이다. 그중 슬림 회장의 손실이 가장 컸다. 이날 기준으로 51억 달러(약 5조8604억원)에 달하는 그의 순자산이 증발했다. 같은 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1.1%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번 주 초반까지만 해도 이들 슈퍼리치들의 순자산은 570억 달러 늘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슬림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 부자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 여파에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가치가 12% 추락하면서 그의 순자산 가치도 증발했다. 올해 페소 가치는 트럼프의 지지율에 반대로 움직였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이나 멕시코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미국기업을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멕시코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슬림 회장뿐 아니라 멕시코 10대 갑부들도 장 초반 총 65억 달러의 순자산 가치를 잃어야 했다. 멕시코 4대 갑부인 에바 곤다 리베라는 4억8700만 달러를, 5대 갑부 로렌조 세르비체 센드라는 3억9700만 달러를 잃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의 3분 1을 차지하는 미국 억만장자들도 트럼프 당선에 총 93억 달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