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수주가 계속되고 있다. 3년 가까이 장기 표류했던 사우디의 20억 달러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가 스페인과 현지 업체의 손에 들어가는 등 해외사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형사들의 중동 내 분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손잡고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립 사업을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이 사우디 현지 합작법인인 펙사(PECSA)와 함께 ‘메디나 하지 시티’에 들어서는 9억 달러(약 1조278억 원)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포스코건설은 여기에 지상 최고 20층, 5개 동, 총 3070실 규모의 4성급 호텔을 짓는다.
현대건설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발주한 ‘우쓰마니아 가스처리플랜트’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7억3570만 달러로 우리돈 약 8300억 원 규모다. 이번 사업은 하루 14억 입방피트 가스를 에탄·프로판 등의 천연가스액으로 분리·회수하는 가스 처리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설계와 구매·건설 등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2019년 말 준공 예정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주 전 11억7491만 달러였던 국내 건설업계의 사우디 수주액은 현대건설의 이번 수주에 힘입어 현재 21억8395만 달러로 뛰었다. 국가별 순위도 5위에서 두 단계 올라섰다.
최근 국내 일부 대형사들은 3년여간 공들였던 사우디 라스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2013년 이래 아람코가 지연을 거듭하다 겨우 재개한 입찰에서 스페인과 현지 업체가 1, 2번 패키지를 각각 따내며 수주가 마무리됐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20억~30억 달러 규모였다.
저유가 여파로 중동 지역 수주가 급감하고 발주 취소와 중단 등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 건설사의 분투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수주가 저유가와 금융조달, 발주 급감, 고도화된 발주 등 각종 대외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내년 주택경기 전망도 불안한 만큼 해외사업에서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국내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217억 달러로 전년 388억 달러 대비 5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의 수주액은 각각 47%, 41% 급감했고, 태평양·북미,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대부분의 지역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업계는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이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