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재정 사업으로 위신선을 살려내라” “위신선 말고 뭐가 중헌디”
서울 송파권 외곽에 개발된 위례신도시 곳곳에 이런 문구의 현수막에 걸려있다.
위신선은 위례~신사선 경전철을 말한다. 최근 이 경전철을 건설키로 했던 컨소시엄의 주간사 삼성물산이 서울시에다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아무리 따져 봐도 사업성을 맞출 수가 없어서란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나오면서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위신선 살려 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만큼 위신선은 위례신도시 주민들에게 중요한 교통시설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위신선 때문에 비싼 프리미엄까지 얹어주고 아파트를 산 사람도 적지 않을 게다.
삼성물산의 위신선 포기로 당초 목표였던 2024년 개통은 어렵게 됐다. 심각한 교통체증을 감내하면서 서울 시내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위신선이 개통되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랬으니 삼성의 위신선 건설 포기 소식에 이들의 실망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삼성이 경전철 민자 사업을 포기했다면 이를 대신할 회사가 있을까. 컨소시엄 참여 업체 중에서 리더를 맡겼다는 건설사가 나오겠지만 채산성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이 제대로 안 풀리면 개통 일정 지연은 물론 백지화 얘기가 나올까 걱정된다.
위례신도시에 위신선이 건설되지 않으면 가장 큰 문제가 교통난이다.
이곳에서 러시아워 대에 강남 중심권으로 출근하는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위례 신도시를 빠져 나오는 데만 20~30분이 소요된다. 8호선 장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위례중앙로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에 이 도로로 모든 차량이 몰린다. 기존의 헌릉로가 있지만 남한산 입구역쪽에서 넘어오는 성남권 수요와 맞물려 엄청나게 복잡하다.
지하철 장지역이나 복정역과 연계되는 버스노선도 변변치 않다. 위례중앙로를 따라 장지역으로 연결되는 버스노선이 가장 거리가 짧지만 출퇴근 대에는 체증이 말이 아니다.
지금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앞으로 입주민이 늘어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
전체 4만 6000여 가구 중 현재 1만2000여 가구 정도 입주된 상태다.
이게 다 입주될 때까지 별도의 교통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위례신도시는 “사람 살데가 못된다”는 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출퇴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위례신도시의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보다 좀 싼 맛에 이곳으로 이주해왔는데 교통 사정이 안 좋다면 떠나려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교통문제는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이로 인해 집값이 저평가된다면 주민들로서는 정말 화나는 일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위신선을 정부 재정으로 건설할 것을 요구한다. 신도시 개발 계획에도 위신선 신설은 포함된 사업이니 정부가 어떻게 하던 당초 약속을 지키라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위신선은 건설이 될까. 건설업계에서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왜냐 하면 1조4000억원 정도의 돈이 투입되는데 정작 수요는 위례 신도시와 가락동 일대 주민 정도여서 채산성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보면 위례신도시에서 용인시 에버랜드까지 연결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럴 경우 투자금 대비 채산성은 더 떨어진다고 한다.
결국 정부 돈을 들여 건설하던지 아니면 사업자의 적자폭을 정부가 메꿔 주는 조건이어야 위신선 건설은 가능하다는 소리다.
게다가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볼 때 위신선은 그렇게 급한 것은 아니다. 이는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개통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위신선이 안되면 서울권과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망이라도 구축해야 하지만 그것도 간단치 않다.
기존 송파 도로망에다 새로운 위례 주민 차량이 가득한 도로를 갖다 붙일 경우 가뜩이나 복잡한 교통 체증이 심화돼 관련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마땅한 신설 도로를 낼 위치가 마땅치 않다.
다만 위례서로를 연결해 5호선 거여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은 있다. 지하철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지만 이 노선은 너무 길어 별 인기가 없다.위신선보다 2배 가량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약에 위신선이 안 들어서면 위례 신도시 내의 트램 건설도 불필요하다. 굳이 비싼 돈 들여 트램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위신선에다 연결해 주민들이 손쉽게 강남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건설 목적이다.
위신선 없이 트램만 달랑 개설해 놓으면 이용자는 줄어들게 뻔하다. 물론 신설 예정인 8호선 우남역과 연결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요가 부족하다.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트램건설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말이다.
위신선의 운명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위례신도시의 교통문제가 심각해지면 서울시나 정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게다. 지하철이 아니면 도로망이라도 구축해 위례 주민을 달래야 한다.
그러나 원래 일정에 차질이 많이 생겨 주민들의 피해는 어쩔 수 없을 듯 싶다. 위신선을 건설한다 해도 개통 일정이 늦어질게 분명하다.
아무튼 위례신도시의 위상은 많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파장은 크질 것 같다.
특히 트램역이나 위신선 중앙역 주변 상업시설은 엄청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