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모조품(일명 짝퉁)이 활개 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픈마켓 등 온라인쇼핑몰에서의 짝퉁 상품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데다가 짝퉁이더라도 진품과 구별하지 못할 만큼 정교해져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브랜드 지키기’가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적발된 짝퉁밀수출입 건수는 총 3088건에 이른다. 품목별로는 시계류의 누적 밀수출입액이 9877억 원으로 가장 크며, 그 뒤를 가방(7184억 원), 비아그라류(4358억 원) 등이었다. 특히 시계류 밀수출 적발금액은 2011년 1116억 원에서 지난해 255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브랜드별로는 루이뷔통(LOUIS VUITTON) 의 누적 밀수출입액이 272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2011년 한해에만 짝퉁 169억 원 어치가 적발됐지만 지난해는 103억 원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5년간 짝퉁 제품이 많이 적발된 브랜드는 롤렉스(ROLEX, 1974억 원), 샤넬(CHANEL, 1505억 원), 까르띠에(CARTIER, 1331억 원), 버버리(BURBERRY, 1140억 원) 등이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짝퉁 경로가 더 은밀해지면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블로그 등을 비공개로 운영하면서 회원을 모집해 짝퉁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본사 측으로부터 진품 감정이 번복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7월 한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된 이탈리아 브랜드 가방은 판매 전 정품 판정을 받았음에도 가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후 프라다 측은 가짜로 확인됐다고 회신하면서 소비자는 물론 수입 판매업자들도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엇갈린 감정 결과에 대해 프라다 한국법인은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국내 유사 디자인업자들을 상대로 형사소송에서 나아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상표권 권리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이탈리아 브랜드 페라가모는 닥스 구두 제조사인 에스디인터내셔날을 상대로 금속 버클에 두 겹의 리본을 끼운 닮은꼴 디자인에 대해 제조·판매 금지와 1억 원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달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도 ‘눈알가방’이라 불리는 여성용 핸드백이 ‘버킨백’과 ‘캘리백’ 형태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송, 제품 폐기와 1억 원을 배상받았다. 루이뷔통은 국내 한 원단업자를 상대로 5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는데다 불황으로 저렴하게 명품 소비 욕구를 채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짝퉁 거래도 교묘해지고 있다”며 “이에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도록 명품 브랜드가 자체 온라인 매장을 여는 등 이미지 신뢰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