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올해 해외 인수·합병(M&A) 규모가 2070억 달러(약 236조1870억 원)로 이미 사상 최대치 기록을 달성했다.
안보와 기술유출, 일자리 상실 등 해외 각국에서 중국 M&A를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고 있지만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공포증’을 극복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대표적 사례로 중국 가전 메이저 메이디그룹의 독일 로봇업체 쿠카 인수를 예로 들었다. 메이디가 지난 5월 독일 첨단로봇산업을 선도하는 쿠카의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발이 일어났다. 독일 정치인들은 물론 유럽연합(EU) 관리들이 일제히 쿠카 인수 계획을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장관은 메이디의 쿠카 인수를 막고자 다른 컨소시엄 결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쿠카는 에어버스 제트기와 아우디 세단 등을 조립하는 로봇팔을 생산하기 때문에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메이디는 정치적 우호관계 구축과 일자리 보장 약속, 다임러의 디터 제체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현지 산업계 유력인사의 지지 확보 등을 바탕으로 이런 난관을 극복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메이디는 지난 7월 쿠카 지분 86% 확보에 성공했으며 쿠카 기업가치는 46억 유로로 뛰었다.
이에 특히 유럽 M&A시장에서 중국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올해 중국의 해외 M&A 중 절반가량을 유럽이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은 서구권에서 적대적 M&A가 사실상 봉쇄된 상태지만 수년에 걸쳐 비공식적으로 인수대상 기업과 관계를 쌓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M&A를 진행한다. 현 경영진 유지, 최소 5년 이상의 투자 약속, 독립적인 감사체제 유지 등 달콤한 약속도 수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이디는 쿠카에 최소 2023년까지 기존 공장 생산라인과 일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쿠카 부사장에는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앤디 구를 선임했다. 앤디 구는 직접 독일 경제부 고위 관료들과 면담해 메이디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냈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인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의 430억 달러 규모 스위스 농업업체 신젠타 인수에서도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켐차이나는 인수 협상 초기 단계에서 신젠타에 양사 합병 이후 지배구조를 제안하라고 요청했다. 피인수 기업에 이런 주도적인 역할을 맡긴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그만큼 켐차이나가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줄이고자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