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곳에 구축된 창조경제혁신센터(혁신센터)가 3년 차를 맞아 ‘창업 거점’이라는 확고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센터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혁혁한 성과를 낸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각 혁신센터의 조력자로 나선 대기업들은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을 쏟아내며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를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일방적인 지원에 머물지 않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대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협력·활용하면서 국내 창업생태계 기반 확충에 톡톡한 공을 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결합되며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유망 스타트업을 조명해 본다.
크레파스에 이어 ‘초콜릿 화장품’도 기대하시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고은빛’=“먹을 수 있는 크레파스가 있었으면 좋겠어.” 평범한 40대 소시민이었던 주윤우 대표를 움직인 큰아들의 한마디다. 아토피 증상으로 밤새 울다 지쳐 쓰러져 자는 둘째 아들이 안쓰러웠던 주 대표는 초콜릿으로 만든 크레파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경남지역에서 13년간 식품유통 업체를 운영하며 경험이 쌓인 만큼 판매는 자신이 있었다.
고은빛은 세계 최초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버터를 사용해 영유아의 안전을 고려한 ‘초콜릿 크레파스’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초콜릿 크레파스는 세계 최초로 식품산업과 문구산업 융복합 상품으로 특허 등록됐다. 기존 저가 크레파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식품을 원재료로 첨가하고 가공 기법을 달리해 안전성을 강화한 크레파스다.
초콜릿 크레파스는 휘발성 방향제를 사용해 위해성 논란이 있는 발향 크레파스와는 달리 안전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은은한 향기를 가진다. 손에 잘 묻지 않아 아이들이 편하게 잡고 사용할 수 있고, 가루 발생이 적어 사용 후 정리도 간편하다.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을 응고제로 쓰는 크레파스와 달리 피부 자극도 없다. 물론, 주 대표가 친환경 초콜릿 크레파스를 개발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버터가 파라핀보다 약해 아이들이 손에 쥐면 쉽게 녹아버려 고생했지만, 특수제조 공정을 고안해 이를 해결했다.
2006년 개발을 시작했던 주 대표는 2013년 12월 창조경제타운 멘토링 시스템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다. 2014년 3월 ‘바이오 헬스분야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5월 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 12월 초콜릿 크레파스를 1차 생산했고 올해 3월 5000세트가 완판됐다. 국내외적으로 한 자녀 가정과 환경 오염이 심해짐에 따라 주목을 받은 것이다.
지난 4월 출시된 2차 생산품도 완판됐으며, 현재 이달 말 판매될 3차 생산품을 준비 중이다. 3차 제품은 초콜릿 크레파스에 아로마향을 첨가해 완성도를 높였고, 아이들이 손에 쥐기 편하게 별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 해외 바이어로부터 상당량을 선주문 받았다. 주 대표는 크레파스에 한발 더 나아가 연말까지 초콜릿을 원료로 한 점토와 모래, 물감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고은빛의 초콜릿 크레파스는 자사 홈페이지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면세점에 입점해 있으며, 홈쇼핑 판매도 예정되어 있다.
고은빛은 내년 초콜릿으로 제조한 립스틱과 립밤, 틴트 등 화장품을 출시해 문구부터 화장품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발족한 LG그룹 내 LG생활건강을 통해 유통망 개척 등의 지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주 대표는 “첫 출시 후 3개월 만에 별다른 광고나 홍보없이 완판을 거치며 소비자 반응을 이끌었다”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인기를 입증했고, 내년 1월 킥스터를 통해 세계 시장 진출에도 나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5만8000건 특허 개방…56개 벤처·45개 中企 성공 지원
◇LG, 스타트업의 ‘키다리아저씨’로=신생 기업인 고은빛의 ‘초콜릿 크레파스’가 시장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기까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북혁신센터)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했다. 2013년부터 충북혁신센터에서 컨설팅을 받으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이듬해 3월 특허를 출원했다. 같은 해 12월 제품이 출시된 후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았지만, 충북혁신센터에 입점하며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충북혁신센터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고은빛에 금융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충북혁신센터는 구본무 회장의 창조경제 활성화 의지에 따라, 전국의 혁신센터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만나볼 수 있는 ‘특허 허브’로 잘 알려져 있다. 충북혁신센터가 유·무상으로 개방한 특허는 국내 최대 규모인 5만8000건에 달한다. LG그룹은 지난 1년간 특허, 생산기술, 연구개발 및 판로 지원을 통해 56개 벤처기업과 45개 중소기업에 혁신의 계기를 제공했다.
LG그룹은 각 계열사가 가진 기술력과 강점을 신생·중소기업의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충북의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뷰티·바이오·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LG의 차별화된 DNA를 적극적으로 수혈, 기술 및 제조 경쟁력 제고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자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펀드도 운용 중이다. 충북혁신센터는 특화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1500억 원 규모의 투자펀드와 대출전용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100억 원 규모의 ‘창조경제 바이오 펀드’와 충북 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300억 원 규모 ‘창조경제 혁신펀드’ 등 총 400억 원의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윤준원 충북혁신센터장은 “벤처창업 활성화와 중소기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특허, 생산기술, 스마트공장, 연구개발 및 판로개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며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해외 진출 등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