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곳에 구축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3년 차를 맞아 ‘창업 거점’이라는 확고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센터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혁혁한 성과를 낸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각 혁신센터의 조력자로 나선 대기업들은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을 쏟아내며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를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일방적인 지원에 머물지 않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대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협력활용하면서 국내 창업생태계 기반 확충에 톡톡한 공을 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결합되며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유망 스타트업을 조명해 본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코멤텍’= 국내 최초 ‘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PTFE) 멤브레인’ 개발. 설립 10년도 채 안 되는 기업, 코멤텍이 가진 타이틀이다. 불소수지의 한 종류인 PEFE 멤브레인은 등산복에 많이 쓰이는 고어텍스의 핵심 소재다. 320도의 고온을 견뎌 내열성이 우수한 데다 미세먼지를 99.9%나 걸러내 의료ㆍ산업용 공기 필터로도 쓰인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 고어가 점유율 90%로 독점하던 이 소재에 관심을 가진 건 청년사업가 김성철 대표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PEFE 멤브레인이 자동차ㆍ시멘트ㆍ제철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될 거라고 확신했다.
연구진을 끌어모아 힘겹게 회사를 세우고 3년 만에 기술 개발에 성공, 전 세계 3번째와 국내 최초의 타이틀을 얻어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신생기업이란 색안경 탓일까. 투자자 찾기는 ‘서울서 김 서방 찾기’보다 어려웠고, 기업들 텃새에 판로 뚫기도 힘들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 대표는 지난해 1월, 광주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다. 동종업체 10곳과 이곳에 터를 잡고 PTFE 멤브레인 사업화에 집중했고, 매출 30%(9억4100만→12억4900만 원) 성장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입주 1년 만에 얻은 성과다. 이후 산업용 집진기를 제작하는 독일 캠퍼와 부품 공급계약을 맺었고, BMW 협력부품업체인 쉬라이너와 공동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진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휴를 맺은 현대차는 투자는 물론 판로, 재무, 법률 자문을 도와줬다. 현대차가 가진 자동차 관련 특허 1000여 건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코멤텍에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멘토였다.
올해 3월 혁신센터 입주기업 중 처음으로 독립에 성공한 코멤텍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수소자동차용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질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제품은 PTFE 멤브레인 제조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지며 국내서 유일하게 코멤텍이 생산하고 있다. 이번엔 현대차가 ‘파트너’로 함께 했다. 지난 6월 전라남도 영광에 준공한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6611㎡ 대지 위 2314㎡ 규모로 세워진 이 공장에서 회사 측은 올해 1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코멤텍 관계자는 “수소차 연료전지 전해질막은 연료전지 산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이라며 “연료전지 경쟁력을 끌어올려 신사업 개발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는 50명의 인력을 더 충원해 매출 2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차 ‘수소경제’ 드라이브= 현대자동차그룹이 지역의 산업·경제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차 지원으로 광주시 북구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둥지를 튼 광주혁신센터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 분야로 꼽히는 ‘수소연료 전지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하고 관련 벤처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광주혁신센터는 현대차그룹과 광주광역시가 손잡고 △자동차 분야 창업 지원 △수소연료전지 전후방 산업생태계 조성 △스마트팩토리 구축 지원 △서민생활 창조경제 플랫폼 구축 등 4가지 분야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1년간 자동차 분야 창업 생태계 조성과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만든 1센터와 서민생활의 창조경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2센터 등을 통해 총 35개 업체에 기술 이전과 투자 유치, 판로 개척 등의 도움을 제공했다. 지난해에만 33개 입주기업과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839건의 컨설팅을 진행했다. 또 금융과 법률ㆍ특허부문 관련 168건의 원스톱 서비스 상담과 함께 57억 원의 투자 유치와 매출 31억 원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보육기업별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7배 늘린 200억 원으로 설정하는 등 설립 2년 차를 기점으로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 또 2019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1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육성키로 했다. 여기에 청년고용 창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연간 1000명 규모의 청년을 대상으로 전남대 등 광주지역 주요 대학과 연계해 창업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 연료전지차 관련 인프라와 현대차 기술역량을 융합, 수소 경제 선도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마케팅, 자금 등 실시간 현장 피드백을 제공하고, 성장사다리펀드와 함께 150억 원 규모의 수소펀드도 조성했다. 연초에는 수소연료 전지차를 비롯한 수소 인프라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국내 최초 융합스테이션을 출범시켰다. 현재 1단계로 운용 중인 융합스테이션은 수소차와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복합에너지 충전소로,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설계와 착공에 들어가 5개월 만에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