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4년만에 또 ‘수면위’ 거래소 공시 허점

입력 2016-10-11 10:47 수정 2016-10-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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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지금으로부터 4년여 전, 한국거래소 직원 A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충격적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A씨는 미공개 코스닥 공시 정보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당시 거래소 시스템상 내부 직원이 공시를 접수해 등재하는 데까지 10분이라는 여유가 있었고, 그 시간이면 충분히 정보의 악용이 가능하다는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거래소는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허위 정보를 유포한 상장사에 대해 거래소가 공시 요구를 뒤늦게 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피해액이 커진 사례 등 공시 관련 문제는 소소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최근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공시제도에 대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물론 1차적으로 공시 규칙을 어긴 것은 한미약품이다. 게다가 공시 전날 한미약품 사내에서 카카오톡으로 악재 정보가 퍼졌다는 의혹도 제기돼 검찰 수사도 시작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시제도의 허점이 한미약품 사태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묘하게 늑장 공시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상당히 허술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례가 비단 한미약품뿐만은 아니다. 의무공시를 해야 할 상장사들이 장 중에 공시를 하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평일 장이 끝난 뒤 우르르 쏟아내는 경우도 상당하다. 일명 ‘올빼미’ 공시다. 실제 장 마감 이후 나온 공시 내용은 계약이 해지된 건 등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많다.

기업 관련 사업 내용을 애매하게 기재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등 성실하게 공시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 심지어 엉터리 공시를 내놓는 기업들도 있다. 일례로 어떤 기업이 거창한 사업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않는 등 허위 공시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결국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칙적으로는 거래소 등이 불량 공시에 대해 강력히 규제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래소가 감독해야 하는 상장사들만 무려 2000개가 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등 3곳에 상장된 회사 수만도 2030개다.

그렇다 보니 불성실, 허위 공시를 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솜방망이다. 공시를 해놓고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해 발표는 하지만, 단 하루 동안 주식거래를 정지시키는 게 전부다. 기업들은 하루 정도 거래가 정지되는 두려움보다는 민감한 주가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부실 공시를 하고 싶은 유혹이 더 클 것이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과 협조해 사건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겠다고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처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늑장 공시’도 문제지만 ‘늑장 대응’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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